어린 왕자
어린 왕자 12
혜월(慧月)
2018. 5. 25. 09:57
12
그 다음 별에는 술꾼이 살고 있었다.
이 별에는 아주 잠깐밖에 머무르지 않았으나
어린 왕자는 그 때문에 마음이 몹시 우울해졌다.
"뭘 하고 계시는 거예요?"
빈 술병 한 무더기와 가득 찬 술병 한 무더기를 앞에 늘어놓고
우두커니 앉아 있는 술꾼을 보고 어린 왕자가 물었다.
"술 마시지." 침울한 표정으로 술꾼이 대답했다.
"술은 왜 마셔요?" 어린 왕자가 그에게 물었다.
"잊으려고." 술꾼이 대답했다.
"뭘 잊어요?" 측은하다는 생각이 든 어린 왕자가 물었다.
"창피한 걸 잊어버리려고." 슬꾼이 고개를 숙이며 마음을 털어놓았다.
"뭐가 창피한데요?" 그를 돕고 싶어진 어린 왕자가 물었다.
"술 마시는 게 창피해." 술꾼은 이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어린 왕자는 황당한 마음으로 그 별을 떠났다.
'어른들은 아무리 봐도 너무 너무 이상해!'
어린 왕자는 길을 가며 혼자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