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경전- 경전의 성립
2부
경전
1장 경전의 성립
일반적으로 성인의 말씀을 기록한 책을 경(經)이라 합니다.
經이란 한자(漢字)는 날줄(經絲)을 뜻하는 말인데, 직물을 만들 때
날줄이 근본이 되고 여기에 씨줄을 넣어 짜게 되므로 근본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따라서 경은 근본 진리를 가르치는 책이라는 뜻입니다.
팔리어로는 sutta 범어로는 sutra라 하는데, 이것이 경이라는 한자로
번역되었습니다. sutta는 원래 힌두교의 성전으로 짤막하게 운문체
형식으로 쓰인 글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sutra는 수다라(修多羅)라고 음사하는데 계경(契經)이라고 의역하다가
經이라 했습니다.
부처님은 성도한 후 곳곳을 다니면서 설법하여 교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남전(남방불교 전승)에서는 35세에 성도하여 80세에 열반에 들어
45년간 설법을 했다 하고, 과거 북전설(북방불교 전승)에서는 30세에
성도하여 49년간 설법하고 열반에 들었다고 하여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부처님 생전에 설법해 놓은 것을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그 설법 내용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제자들은 부처님 말씀을 정리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것을 결집(結集)이라고 합니다.
처음 제1 결집은 부처님 열반 직후에 왕사성 밖의 칠엽굴에서 행해졌습니다.
그때 가섭존자가 우두머리가 되어 오백 명의 비구와 함께 편찬을 했는데
아난이 경장(經藏)을, 우바리가 율장(律藏)을 송하고 대중이 따라 합창하여
입으로 전하는 것을 결집했습니다. 이것을 samgiti라 하는데 합송이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하면 노래 가사를 외워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듯이
부처님의 설법 내용을 함께 합창하여 전승시킨다는 뜻입니다.
제2 결집은 불멸 후 100년경에 행해졌습니다.
베살리 성에서 700명의 비구가 모여 계율을 바로잡기 위해 행해졌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불교사에서 보면 교단이 상좌부(上座部)와
대중부(大衆部)로 분열되어 나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2회 결집까지는
부처님의 설법을 문자로 기록하지 않고 암송을 했다가 다음 제자에게
들려져 구전하는 식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졌습니다.
제3 결집은 2회 결집 후 다시 100년쯤 뒤인 아소카왕 때 이루어집니다.
제수(帝須)를 중심으로 천 명의 승려가 화씨성에 모여 한 결집으로
아소카왕의 후원하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때 비로소 문자로 기록되기
시작했는데, 다라나무의 잎인 패엽에 쓰인 최초의 경전,
패엽경(貝葉經)이 만들어졌습니다.
제4 결집은 2세기 전반 대월지국의 카니소왕의 뒷받침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때는 부파불교(部派佛敎)가 형성된 때라 여러 부파의 이설(異說)을
통일시키기 위해 경장(經藏)과 율장(律藏)에 대한 많은 주석서가
만들어졌습니다. 다시 말해 삼장 가운데 논장(論藏)이 성립된 때입니다.
이후에도 불경의 성립은 계속되었습니다.
특히 기원전 2세기부터 시작되어 5세기에 이르기까지 대승경전(大乘經典)이
성립되었습니다. 더욱이 불교가 각 나라로 전파됨에 따라 때와 장소에
따라 종파가 형성되고, 그 종파에 따른 소의경전들이 유통되기도 했습니다.
불교 관계의 모든 전적을 총칭하여 대장경(大藏經)이라 하는데,
모든 경전을 전부 포함하고 있다는 뜻으로 일체경(一切經)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에 주로 삼장(三藏)이 갖추어져 있으므로 삼장 전체를 대장경이라고도
합니다.삼장이란 경장(經藏), 율장(律藏), 논장(論藏)을 말하는데
장이란 저장하는 광주리란 뜻으로 경을 담은 것을 경장, 율을 담은 것을 율장,
논을 담은 것을 논장이라 합니다.
경이란 부처님이 가르친 교법상의 말씀이요,
율이란 부처님의 제자 곧 수행자들이 지켜야 할 도덕윤일적 규범인 계율에 관한
말씀입니다. 그리고 논이란 경이나 율에 대하여 해석하여 보충 설명을
해 놓은 것을 말합니다.
대장경을 줄여서 장경(藏經)이라고도 하는데 이 장경이 어떤 언어로써
성문화되었느냐에 따라 그 종류가 나누어집니다.
팔리어장경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는 많은 민족이 공존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언어의 종류가 많은 곳입니다. 그중에 문법 체계를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 팔리어와 범어입니다. 부처님 자신이 사용하였던 언어는 마가다어 혹은
프라크리트어였다고 하는데 부처님의 입멸 후 경전이 결집될 때 처음
사용되었던 언어가 팔리어였습니다. 그리하여 팔리어장경이 먼저 완성됩니다.
팔리어란 인도 고대 사회의 서민들이 쓰던 언어인데 이 언어로 편찬된 경을
팔리어장경이라 부르며 현재 남방의 여러나라 스리랑카, 타이, 미얀마 등지에
전해지는 경전입니다. 남방에 전해진 경이라하여 남전장경이라고도 합니다.
팔리어 경전은 보통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장부(長部), 중부(中部),
상응부(相應部), 증지부(增支部), 소부(小部)입니다. 이 5부중 장부, 중부,
상응부, 증지부는 한역 경전의 4아함(四阿含)과 비슷한 내용입니다.
범어장경
팔리어 경전에 이어 범어 경전이 이루어진 것은 인도 카니슈카왕 때
카슈밀 지방에서였습니다. 불교경전편찬회의에서 범어를 불교 성전어로 한다는
결의를 하고 이어 범본(梵本)경전을 편찬한 것입니다.
범어는 팔리어와는 달리 인도의 상류층이 사용하던 언어인데,
이 범본 경전이 중국으로 전해져 나중에 한역 경전을 번역할 때에 대본이 됩니다.
서장어장경
불교가 북쪽으로 전해져 중국에 오기까지 티베트를 경유하게 되었는데
티베트에서도 불경을 번역하여 장경을 완성했습니다.
대략 7세기 전반에 송첸캄포라는 티베트의 왕이 승려를 인도에 파견하여
인도 어문을 배워오게 해서 역경(譯經) 사업을 벌렸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범어를 개조해 만든 티베트어로 번역하였기 때문에 준범어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한역장경
중국은 한무제 이래 여러 차례 인도와 문화 교류를 해 오다가 4세기 동진
때부터 왕조의 뒷받침으로 대대적인 역경 사업이 추진되었습니다.
인도에서 건너 온 승려들이 중국에 남아 많은 역경 사업에 종사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구마라습이나 진제 삼장 같은 사람이며, 당나라 때의
현장삼장은 불세출의 역경가였습니다.
이들의 공로로 한역 장경이 완비되었고 송나라 때에 와서는 경판으로
새겨져 판판대장경 또는 개보판대장경이라는 훌륭한 문화유산이
남겨지기도 했습니다.
이상과 같이 팔리어 장경, 범어 장경, 티베트어 장경, 한역 장경으로
경전이 나라에 따라 유통되다가 현대에 와서는 서양의 영어나 일본어
또 우리나라의 경우 한역을 한글로 번역한 우리말 경전 등 여러 종류의
경전이 있게 되었습니다.
한역 대장경 중 우리나라 <고려대장경>의 우수성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한문권인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장경 중 단연 백미라 할 수
있는 찬란한 문화 유산입니다. 중국에서는 역대 왕조 중 북송 때부터
목판대장경을 조성하여 북송판 금판을 위시해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 때
만들어진 장경들이 산재하여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불교의 학문적 연구가 활발해져서 활자로 간행된 <신수대장경>이란
장경이 1900년대에 들어와 편찬되어 현재 가장 많은 양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삼장을 합한 불전의 양은 실로 엄청나게 많습니다. 타 종교의 전적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전적을 지닌 종교가 불교입니다.
흔히 우리는 팔만대장경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또 부처님 설법 전체를
'팔만 사천 법문'이라 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팔만 사천은 인도 사람들이
곧잘 써서 나타내는 '대수' 혹은 '만수'의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다시 말해 많다는 수치를 팔만 사천으로 표현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대장경에 수록된 경전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장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고려대장경의 경우 목판의 판수가
81,258장입니다.그리고 경전의 종류별 부수가 1,514부이며 권수(卷數)로
되어있는 수효는 모두 6,805권에 해당합니다.
다시말해 1,514종류의 경전이 6,805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적으로 일본에서는 근대에 이르러 활자로 편찬한 신수대장경의 경우
2,236부의 경 종류에 9,006권이나 됩니다. 물론 이러한 숫자 안에는
불교에 관한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 책과 각 나라의 고승전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수대장경의 경우 우리나라의 삼국유사나
해동고승전 등도 사전부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신수대장경에는 아함부, 본연부, 반야부, 법화부, 화엄부, 보적부, 열반부,
대집부, 경집부,밀교부, 율부, 석경론부, 비담부, 중관부, 유가부, 논집부,
논소부, 제종부, 사전부, 사소부, 외부교전, 삼담부, 고일부 등 경전의
부류가 나뉘어 수록돼 있습니다.
아시아 3국인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경우를 비교하면
한국의 고려대장경과 일본의 신수대장경은 질적으로 세계 으뜸이고,
중국의 대장경은 양적으로 세계 으뜸입니다. 체계적인 면에서는
신수대장경이 , 오자가 없는 정확성에서는 우리나라의 고려대장경이
세계 제일입니다.
*경전으로 시작하는 불교 글 지안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