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

숫타니파타 - 다니야

혜월(慧月) 2020. 3. 6. 09:47



숫타니파타


다니야


소 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나는 이미 밥도 짓고 우유도 짜놓았습니다.

마히강 기슭에서 나는 처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내 움막은 지붕이 덮여 있고 불이 켜져 있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만일 비를 내리려거든 비를 내리시옵소서."


스승은 대답하였다.

"나는 노여움을 모른 채,

마음의 어둠에서 벗어나 마히강 기슭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내 움막인 내 자신의 모습은 드러나고 탐욕의 불은 꺼졌다.

그러니 신이여, 만일 비를 내리시려거든 비를 내리시옵소서."


소 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모기나 쇠파리도 없고,

소들은 늪가에 우거진 풀을 뜯어 먹으며 걷고,

비가 내려도 그들은 참고 견디어 낼 것입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비를 내리시려거든 비를 내리시옵소서."


스승은 대답하였다.

"내 뗏목은 이미 잘 만들어져 있다.

역류를 극복하여 이미 강을 건너 피안에 이르렀으니

이제 뗏목은 필요없다.

그러니 하늘이여, 만일 비를 내리시려거든 비를 내리시옵소서."


소 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내 아내는 유순하고 음탕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지만 내 마음에 항상 듭니다.

그녀에게 그 어떤 나쁜점이 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만일 비를 내리시려거든 비를 내리시옵소서."


스승은 대답하였다.

"내 마음은 내게 순종하고 이미 해탈했다.

오랫동안 수양을 쌓았기 때문에 잘 다스려져 있다.

나에게는 그 어떤 나쁜 점도 없다.

그러니 하늘이여, 만일 비를 내리시려거든 비를 내리시옵소서."


소 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나는 내 힘으로 살아가며 스스로 자신을 길러가고 있습니다.

내 자식들은 모두 건강합니다.

그들에게 어떤 나쁜점이 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만일 비를 내리시려거든 비를 내리시옵소서."


스승은 대답하였다.

"나는 그 누구의 고용인도 아니다.

스스로 얻은 것으로 온 누리를 걷는다.

남에게 고용될 필요가 없다.

그러니 하늘이여, 만일 비를 내리시려거든 비를 내리시옵소서."


소 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아직 길들이지 않은 송아지도 있고,

젖을 먹는 어린 소도 있습니다.

새끼 밴 어미소도 있고, 발정한 암소도 있습니다.

그리고 암소의 짝인 황소도 있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스승은 대답했다.

"아직 길들지 않은 어린 소도 없고,

젖 먹는 송아지도 없다.

새끼 밴 어미소도 없으며, 발정한 암소도 없다.

그리고 암소의 짝인 황소도 없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소 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소를 매어 둘 말뚝은 단단히 박혀 있어 흔들리지 않습니다.

풀로 만든 새 밧줄은 잘 꼬여져 있기 때문에

송아지도 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만일 비를 내리시려거든 비를 내리시옵소서.


스승은 대답하였다.

"황소처럼 고삐를 끊고 코끼리처럼 냄새를 풍기는 풀덩굴을 짓밟았으니

나는 모태(母胎)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하늘이여, 만일 비를 내리시려거든 비를 내리시옵소서."


갑자기 검은 구름이 비를 뿌리니 골짜기와 언덕에 물이 넘쳤다.

하늘이 비를 내리는 소리를 듣고 다니야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존경하는 스승을 만나뵙고 실로 얻은 바가 큽니다.

부처님이시여,우리는 당신께 귀의(歸依)합니다.

당신께서는 우리의 스승이 되어 주시옵소서.

위대한 성자여,

아내도 저도 순종하면서 부처님의 곁에서

깨끗한 마음과 올바른 행을 닦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삶과 죽음의 피안에 이르러 괴로움을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악마 '피아피만'이 말했다.

"자녀가 있는 자는 자녀로 하여 즐거움을 얻고,

소를 가진 자는 소로 하여금 즐거움을 얻는다.

인간이 사물에 집착하는 것은 기쁨이니

집착할 것이 없는 자는 실로 기쁨이 없다."


스승이 대답하였다.

"자녀가 있는 자는 자녀로 하여 근심하고,

소를 가진 자는 소로 하여 근심한다.

실로 인간이 집착하는 것이 근심이니

집착할 것이 없는 사람은 근심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