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

숫타니파타 - 천한 사람

혜월(慧月) 2020. 3. 6. 14:31




숫타니파타


천한 사람


이와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탁발(托鉢)하기 위해 사위성에 들어가셨다.

때마침 불을 섬기는 바라문 '비아라드바아자'의 집에 성화(聖火)가

켜지고 공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부처님께서 바릿대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시다가 그의 거처에 가까이 가셨다.

불을 섬기는 바라문 비아라드바아자가 부처님께서 멀리서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까까중이여, 거기 서 있으라.

거짓 도인이여, 거기 서 있으라.

천한 자여, 거기 서 있으라."


이 말을 듣고 부처님께서는 바라문 미아라드바아자에게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그대는 대체 천한 자를 알고 있느냐?

그리고 인간을 천하게 하는 조건을 알고 있느냐?"


"고오타마(부처님)여,  나는 인간을 천하게 하는 조건을 알지 못하오.

부디 나에게 인간을 천하게 만드는 조건을 알 수 있게 설명해 주시오."


"바라문이여 그러면 내 이제 설명할 것이니 잘 들어보라."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화를 잘 내며 원한을 품고,

흉악하여 남의 미덕을 덮어버리고,

그릇된 견해를 가지고 남을 모함하는 자,  이는 천한 자임을 알라.


한 번 태어나는 것이나 두 번 태어나는 것을 막론하고,

생명이 있는 것을  해치고 이에 대하여 측은한 마음을 갖지 않는 자.

이는천한 자임을 알라.


시골과 도시를 파괴하고 포위하여,

독재자로서 널리 알려진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마을에 있거나 숲속에 있을 때,

남의 소유물을 훔치려는 생각으로 이를 취하는 자.

이는 천한 자임을 알라.


실제로 빚이 있는데도 갚아 달라는 독촉을 받으면

'당신에게 빚진 일이 없다' 하며 이를 거부하는자,

이는 천한 자임을 알라.


알마 안되는 물건을 탐내어 행인을 살해하고

그 물건을 약탈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증인으로 심문을 받을 때, 자기나 남, 또는 재물을 위해 거짓 증언을 하는 자,

이는 천한 자임을 알라.


폭력을 사용하거나,

서로 사랑하여 친척이나 친구의 아내를 가까이 하는 자,

이는 천한 자임을 알라.


자기의 재산이 많은데도 늙은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자,

이는 천한 자임을 알라.


부모나 형제 또는 자매를 때리거나 욕하는 자,

이는 천한 자임을 알라.


상대방이 자기에게 이로운 것을 물었을 때 해로운 것을 가르치며

거짓말을 하는 자,  이는 천한 자임을 알라.


악한 일을 하고도 '내가 한 일을 아무도 몰라 주었으면'하고 바라며

속임수가 있는 자,  이는 천한 자임을 알라.


남의 집에 갔을 때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면서,

그 쪽에서 손님으로 왔을 때는 예의로써 보답하지 않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바라문이나 사문 또는 걸식(乞食)하는 사람에게 거짓말로 속이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식사 때가 되었는데도 바라문이나 사문에게 욕하며 먹을 것을 주지 않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이 세상에서 어리석음에 덮여,

사소한 것을 탐내며 거짓말을 하는 자,

이는 천한 자임을 알라.


자기를 자랑하고 남을 경멸하며, 자만심으로 비굴해진 자.

이는 천한 자임을 알라.


남을 고뇌 속에 몰아넣고,

욕심이 많으며 인색하고 덕이 없으면서 존경을 받으려고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자,

이는 천한 자임을 알라.


도를 깨친 자와 그 제자인 출가자와 재가자를 비난하는 자,

이는 천한 자임을 알라.


실제는 존경 받을 만한 자가 못되는데도 존경을 받을 만하다고 자칭하고,

범천을 포함한 세계의 도둑인 자,

이는 그야말로 가장 천한 자다.

내가 너에게 말한 이들은 다 천한 자임을 알라.


날 때부터 천한 자가 되는 것이 아니며,

날 때부터 바라문이 되는 것이 아니다.

행위에 의해 천한 자도 되며,

행위에 의해 바라문도 되는 것이다.

내가 그 실례를 들고자 하니,

내 이야기를 잘 이해하도록 하라.


찬다라족의 자손인 개백정 '마아탕가'는  세상에 널리 알려진 자다.

마아탕가는 실로 얻을 수 없는 가장 높은 명예를 얻었다.

많은 왕족들과 바라문들은 그에게 봉사하기 위하여 모여 들었다.

그는 신들의 길,  더러운 티끌에서 떠나 큰 길에 올라 탐욕을 벗어버리고

범천의 세계에 이르렀다.

천한 태생도 범천의 세계에 태어남을 증명하는 예이다.


베다를 애송하는 집에 태어나,

베다의 글귀에 친숙한 바라문들도 때때로 악한 행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현세에서는 비난을 받고 내세에서는 나쁜 곳(三惡道)에 태어난다.

신분이 높은 태생도 그들이 나쁜 곳에 태어나거나 비난을 받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날 때부터 천한 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날 때부터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다.

행위에 의하여 천한 자도 되고 행위에 의하여 바라문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설법했을 때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는 부처님께 말하였다.


"놀랍습니다. 세존이시여.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키듯,

덮여 있는 것을 벗겨주듯,

길 잃은 자에게 길을 가리켜주듯,

어둠 속에서 횃불을 비추어주듯,

고오타마께서는 여러가지로 법을 분명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제 저는 고오타마께 귀의하며 또 법과 수행들들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고오타마께서는 오늘부터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저를

귀의한 재가신도로 받아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