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 - 바라문다운 것
숫타니파타
바라문다운 것
이와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코오살라 땅에 사는 대부호인 바라문들은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기억에 남을 만한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는 한쪽으로 가서 앉았다.
대부호인 바라문이 부처님께 말했다.
"고오타마(부처님)이시여,
대체 오늘의 바라문들은 옛 바라문들이 지켜온 계율을 따르고 있습니까?"
"바라문들이여, 오늘의 바라문들은 옛 바라문들의 계율을 따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고오타마시여,
옛날 바라문들이 지킨 법을 저희들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럼 바라문들이여, 주의해 들어라."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옛 선인(仙人)은 자신을 억제하는 고행자였다.
그들은 오욕의 대상을 버리고 자기의 참된 의를 행하였다.
바라문들에게는 가축이나 황금, 곡식도 없었다.
베다의 낭독을 재보로 삼고 이를 곡식으로 생각하여
브라만의 창고를 지켰다.
그들을 위해 집집마다 문앞에 마련해 놓은 음식을
신도들은 바라문에게 주려고 생각했다.
여러 색깔로 아름답게 물들인 옷과 침실, 그리고 집들을 많이 가지고
영광을 누리는 지방이나 나라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에게 경례했다.
바라문들은 법의 보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살해하거나 이겨서도 안되었다.
그들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옛 바라문들은 48년간 동정의 순결을 지켜왔다
그리고 지(知)와 행(行)을 탐구했다.
바라문들은 다른 종족의 여인을 아내로 맞지 않았다.
또한 그들은 아내를 사들이지도 않았다.
다만 서로 사랑하고 동거하며 화목하고 즐겁게 살았다.
바라문들은 또한 아내를 가까이 할 수 있을 때에만 접촉하고
월경 때문에 멀리해야 할 때에는 절대로 성의 교접을 행하지 않았다.
그들은 음행을 하지 않고,
계율을 지키며, 정직하고, 온순하며, 고행하고, 온유하며,
상해하지 않으며, 참고 견디는 것을 찬양하였다.
그들 가운데 으뜸가는 바라문은 성(性)의 교접을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 있는 일부 지혜로운 자들은,
그들의 행동을 본받아 음행하지 않고 계율을 지키며,
참고 견디는 것을 찬양하였다.
쌀과 침구와 의복과 버터와 기름 등을 얻어 제사를 지냈다.
절대로 소를 잡는 일은 없었다.
부모 형제, 그밖의 친족들처럼, 소는 우리들의 최상의 친구다.
소한테서는 약이 생긴다.
그것은 식료품이 되고 기력을 주며, 피부를 윤나게 해준다.
이런 이익이 있음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소를 죽이지 않았다.
바라문들은 손발이 깨끗하고 몸집이 크며,
용모가 단정하고 수려하며,
명성이 있고 자기 임무에 따라 해야 할 일을 하고,
해서는 안되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
그들이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에는 세상사람들은
안락하고 영광을 누렸다.
그런데 그들에게 뒤바뀐 견해가 일어났다.
점점 왕자같은 영화와 옷차림이 화려한 부인들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준마가 끄는 마차와 아름다운 옷과 여러가지로 설계되어
부분적으로도 잘 지어진 주택들을 보게 되었다.
바라문들은 소의 무리가 번창하고 미녀들에게 에워싸인
인간의 즐거움을 얻고 싶어하고 열망하였다.
그들은 베다 신주(神呪)를 편찬하고 저 감자왕(甘蔗王)에게 가서
말하기를 '그대는 재보와 식량이 풍부합니다.
제사를 지내십시오. 그대의 재산은 많습니다.
제사를 지내십시오, 그대의 재산은 많습니다.'
수레와 군병의 주인인 왕은,
바라문들의 권유를 받아 말에 대한 제사,
인간, 투창, 소마에 대한 제사, 누구에게나 공양하는 제사,
이러한 제사를 지내고 바라문들에게 재물을 주었다.
소.침구. 의복. 성장(盛裝)한 부녀자, 준마와 잘 만든 수레,
아름답게 채색된 옷, 부분마다 잘 설계된 아름다운 저택에
여러가지 식량과 함께 이 재물을 바라문들에게 주었다.
이와같이 재물을 얻게 된 그들은 이를 저장하기를 원했다.
그들은 욕심에 빠져, 더 많이 갖고 싶어했다.
그리하여 다시 베다 신주를 편찬하여, 감자왕에게 갔다.
'물과 땅과 황금과 재물과 식량이 중생의 일용품이듯
소는 인간들의 일용품입니다.
제사를 지내십시오, 그대의 재산은 많습니다'
이에 수레와 군병의 주인인 왕은 바라문들의 권유로,
수천 수백 마리의 소를 희생하여 잡게 했다.
칼로 소를 찌르자,
모든 신들과 조상의 영혼 및 제석천과 아수라,
그리고 나찰들은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다'고 외쳤다.
옛날에는 탐욕과 굶주림과 노쇠의 세 가지 병 밖에 없었다.
그런데 제사를 지내기 위해 여러가지 가축들을 죽였기 때문에
98가지 병이 생기게 되었다.
이렇게 살해의 무기를 부당하게 내려친다는 것은
그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소를 죽였다.
제사를 지내는 자들은 이법에 어긋나고 있었다.
옛부터 내려온 이런 좋지 못한 풍습은,
지혜로운 자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일반 사람들도 이런 살생을 볼 때마다
제사 지내는 자들을 비난하게 되었다.
이렇게 법이 무너질 때,
노예와 서민이 분열되고,
여러 왕족들이 분열되었으며
아내는 남편을 멸시하게 되었다.
왕족과 범천의 친족(바라문) 및 신분제도에 따라 지켜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생에 대한 말씀을 져버리고 욕망에 지배되기에 이르렀다."
이와같이 말씀하셨을 때,
대부호인 바라문들이 스승에게 말했다.
"놀랍습니다, 고오타마시여, 훌륭하십니다. 고오타마시여,
마치 쓰러진 자를 일으키시듯,
덮인 것을 벗겨주듯,
길 잃고 헤매는 자에게 길을 인도하듯,
어두움 속에서 등불을 비춰주듯,
고오타마께서는 여러가지로 법을 밝혀주셨습니다.
저희들은 고오타마께 귀의합니다.
또 진리와 수행승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고오타마께서는 오늘부터 귀의한 저희들을 목숨이 다할
때까지 재가의 신도로 받아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