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월(慧月) 2020. 11. 30. 07:31

 

 

11월 30일

 

시냇물은 큰 소리를 내지만,

거대한 강은 조용하다.

빈 병은 요란하지만 

꽉 찬 병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지혜로운 이는 깊은 연못의 심연처럼 침묵한다.

참된 침묵은 말만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쉬어진 것이다.

 

참된 침묵은 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

내면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온갖 생각과 분별 망상이 푹 쉬어져 고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 말 또한 맞지 않다.

참된 침묵은 온갖 생각을 다 하면서도

그 생각에 끄달려 가지 않음으로써

생각한 바가 없는 것이며,

할 말은 다 하면서도 

그 말이라는 상에 사로잡히지 않음으로써

말해도 말한 바가 없는 것이다.

생각과 말의 홍수 속에서 끊임없이 

그 생각과 말이 지저귀는 의미를 따라가면서

울고 웃고, 근심을 만들고 기쁨을 만들어내는 이는

결코 참된 고요와 쉼에 이를 수 없다.

그렇다고 억지로 말을 줄이고,

생각을 없애려 할 필요는 없다.

그런다고 말과 생각을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본래의 자기를 확인하게 되면

저절로 말과 생각을 다 하면서도 한 바가 없어진다.

말을 들으면서도 

그 의미에 끄달려 가지만 마라.

 

<눈부신 하루를 시작하는 한마디> 법상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