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심리 게임
5분 심리 게임
제2장
그는 이것을 좋아할까 싫어할까?
"아주 좋아하는 것도 정말 싫어하는 것도 없는 사람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아주 좋아하는 것과 정말 싫어하는 것이
있는데도 그것을 드러낼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토니 랜달-
어떤 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했는데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던 적이 있는가?
색다른 경험을 한 친구가 자신의 느낌에 대해 입을 다문
적은 없었는가? 회사 동료에게 새로운 전략을 설명했는데도
그가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 장에서는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상대방의 본심을 빠르고
신중하게 파악하는 법을 소개한다. 어떤 경우에는 한 마디
말도 필요 없을 것이다.
기법 1. 자극 연상
종이를 여러 장 묶어서 만든 메모장에 메모를 하고 맨 윗장을
찟어버려도 그 아랫장에는 볼펜 자국이 남게 되어 흐릿하게나마
흔적을 볼 수 있다. '자극 연상' 기법도 이와 비슷하다. 어떤 사람이
겪는 경험은 그 주변에 특정한 기억을 남기고 조건적 반응을
만들어낼 수 있다.
러시아의 과학자 파블로프의 실험은 유명하다.
파블로프는 개가 먹이를 들고 오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개는 주인이 나타나면
곧 먹이를 먹게 된다는 것을 알았고, 실제로 먹이를 받지 못할 때조차
주인과 먹이를 연관지었던 것이다.
'조건 반사'라고 명명된 이 사례는 실험실 밖 현실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시골에서 자란 사람은 풀냄새만 맡아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또는 이름이 '아무개'인 사람을 만나면 예전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과의 나쁜 기억 때문에 그 사람에게 불쾌한
감정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기억은 닻과 같다.
이 닻은 뚜렷한 느낌이나 감정 상태를 심상, 소리, 느낌, 냄새 같은
특정한 자극을 연상시키거나 연관시킨다. 개인이 느끼는 감정은
현재의 상황을 중성적 자극에 연관함으로써 해당 자극에 귀착된다.
1982년 제럴드 콘은 한 색상의 펜을 유쾌한 음악과 짝짓고 다른
색상의 펜을 불쾌한 음악과 짝지었다.(이 두 펜의 색상은 파란색과
베이지색으로 실험마다 유사한 형태로 사용된다) 콘은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유쾌한 음악과 파란색 펜, 불쾌한 음악과
베이지색 펜을 짝지어 보여주었다.
실험이 끝난 후 콘은 참가자들에게 실험에 사용된 펜을 선물로
가져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짝을 이룬 펜을 가져간 참가자가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3.5배가
많았다.(콘, 1982)
동일한 조건 형성 현상을 설명하는 또 다른 실험이 바르샤바 대학교에서도
진행되었다. 이 실험에서 연구원들은 학생들을 인터뷰하면서 이름과
출생 순서를 말하라고 주문했다. 연구원들 중 한 그룹은 실험
참가자들이 '출생 순서'가 무엇이냐고 물을 때마다 무식하다고 호통쳤고,
또 한 그룹에서는 순순히 질문에 답했다.
그러고 나서 학생들은 다른 방에 들어가 '바쁘지 않은 아무 연구원'에게나
서류를 건네주라고 지시받았다. 방안의 연구자들은 아무도 바쁘지
않았지만 그 중 한 연구원은 인터부를 진행한 연구원과 외모가 비슷했다.
인터뷰에서 혼쭐이 났던 실험 참가자 중 80퍼센트라는 기록적인 숫자가
'출생 순서'를 물었던 연구원과 닮지 않은 다른 연구원을 선택했다.
대신 인터뷰 때 별 일이 없었던 학생들의 45%는 면접관과 닮은 연구원을
선택했다.
자극 연상 기법에서는 어떤 상황을 중성적 자극과 연관함으로써
위와 동일한 심리적 과저의 조건을 만든 후 그 자극에 대한 상대방의
'느낌'을 관찰한다. 만약 상대방이 어떤 자극에 더 끌린다면 그 자극에
호의적인 인상을 갖고 있음을 뜻한다. 반대로 그 자극에 대해 유달리
싫은 내색을 보이면 불쾌한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사례 1
당신은 두 사람 사이의 논쟁을 해결하려는 중재자다.
당신은 오랫동안 협상을 했지만 두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해
곤란해하고 있다. 책상 위에는 검정색 펜과 파란색 펜이 놓여 있다.
협상 후 당신은 두 사람과 관련 없는 서류(개인적으로 선호하거나
불필요하게 일관성을 지닌 문서는 제외한다)에 개별적으로 서명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서명을 마친 후 두 사람은 당신에게 펜을 돌려준다.
당신은 그들에게 서명을 부탁할 때마다 검정색 펜과 파란색 펜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청한다.
두 펜 모두 똑같이 쓸만하지만 늘 검정색 펜을 고르는 사람은
파란색 펜에 대해 부정적 연상을 일으킨다는 뜻이며, 앞서 진행한
협상에 불만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꾸준히 파란색 펜을 선택하는 사람은 아마도 그 펜을 긍정적인
느낌과 연관시킨 것이며 협상 결과에 대해 만족스럽게 느낀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는 다양한 연관의 쌍을 이용해 심리학적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타인의 선호도를 간파할 때 통계학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사례 2
어떤 사람이 당신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있다. 당신과 그 사람은 모두
파란색 의자에 앉아 있다.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후 그 사람은 둥근
탁자와 4개의 의자가 있는 다른 방으로 안내 되는데, 의자들 중 두 개는
파란색, 두 개는 회색이다. 통계적으로, 앞서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에서
호의적 인상을 받은 경우 그는 회색 의자를 지나쳐 파란색 의자에 앉을
확률이 높다.
문제의 상황에서 주어진 자극에 이끌리는 사람은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다고 생각해도 좋다. 반대로 선행된 중성적 자극을 거부하는
사람은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신호 1. 첫 표정
심리학자이자 거짓말 탐지 분야의 권위자 폴 에크먼 박사는 사람의
진심을 읽는 실마리로 얼굴에 나타나는 미세한 표정을 제시했다.
미세한 표정은 사람의 진짜 마음을 반영하는 감정 반응이다.
표정은 거의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빨리 스쳐 지나가고 그 사람은
곧바로 적절한 표정 관리에 들어간다. 그러나 짧은 순간에도 당신의
표정이 타인에게 각인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상배방의 첫 번째 감정 반응(처음 지은 표정)을 놓쳤다 하더라도,
즉시 새로운 표정을 짓는다는 사실 자체가 가면을 씀으로써 진심을
숨기려고 한다는 증거다. 어떤 표정이든 그 표정을 짓는 데 약간
시간이 걸린다든지 한 표정을 지었다가 다른 표정을 짓는 경우
그것은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에크먼은 사람이 대부분
자신의 미세한 표정을인식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미세한 표정은 사람이 의식적으로 표정을 바꾸려고 하기 전에
나타나고, 심지어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그에 해당하는
표정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호 2. 무의식적인 누설
대명사를 사용하면 그 사람의 진짜 생각과 느낌을 분명하게
간파할 수 있다. 표현 내용 분석은 '나' 나 '우리'와 같은 대명사의
사용을 조사하는 장치다.
이를테면 유괴, 성추행, 폭력 등을 당한 피해자가 자신과 가해자를
'우리'라고 표현하는 일은 흔치 않다. 대신 범죄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를 할 때 자신을 '나'로 가해자를 '그 남자'나 '그 여자'라는
인칭대명사로 표현한다. '우리'라는 인칭대명사는 심리적인
친밀감을 내포한 단어로서, 범죄의 양 당사자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사례 1
한 친구가 당신에게 지난 밤 남자친구와 외출한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친구의 말 속에는 '우리'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우리는 10시에 클럽에 갔어. 그리고 나서 우리는 술을 마셨어.
우리는 그의 친구 몇 명을 만났어."
그러고는 이야기가 이렇게 바뀌었다.
"그 사람이 나를 집에 데려다 줬어."
친구와 그녀의 남자친구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약간 언쟁을 했음이
확실하다고 추측해도 좋다. 친구의 표현이 덜 친밀한 단어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집까지 드라이브 했어. 우리는 집에 갔어.
우리는 헤어졌어" 등의 표현이라면 사이좋게 헤어졌음을 시사한다.
이 심리학적 기법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응용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자신감에 차 있고 자신의 말을 확신한다면
그는 '나'나 '우리'라는 대명사를 사용할 가능성이 많다.
다소 확신이 없을 때에는 무의식적으로 주목받는 위체에서 물러나려
하며 문장의 주어로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사례 2
상사에게 당신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어떠냐고 물었을 때 상사가
"내가 보기엔 좋은데(I like it) 또는 잘했군(You did a good job) 이라고
말했을 경우, 문장의 주어가 상사 자신이 아닌 이유는 자신의
말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명심하라. 모든 신호는 상황의 맥락 속에서 검토해야 하며 따로
떨어진 신호 하나에만 의거해서 단정적인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5분 심리 게임 (데이비드 리버먼 지음 박혜원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