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과 마음 공부 - 38
반야심경과 마음 공부 - 법상스님
파사분
5장 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 무노사 역무노사진 무고집멸도
1. 부정의 논리에 대하여
반야심경에서는 앞서 근본불교의 중요한 교설인 오온과 십이처,
그리고십팔계를 부정하여 공 사상을 천명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반야심경에서의 부정을 통해 공을 드러내는 논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어 근본불교에서 부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교설을 차례로
모두 부정하고 있습니다. 바로 십이연기와 사성제를 부정하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일체 현상계의 법칙인 연기법을 통해 현상계의 괴로움의
근본 원인을 차례로 섭렵하는 내용인 십이연기를 부정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근본불교의 모든 교설을 포섭하고 있는 가르침인 사성제를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논리의 구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부처님께서는 오직 현상계의 올바른 중도적 관찰(조견)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으신 분이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교설은 모두가
현상계, 일체, 제법, 현실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앞에서
조견을 설명할 때 살펴본 바를 참고하시면 될 것입니다. 이 반야심경에서
오온과 십이처, 십팔계를 우선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즉, 부처님께서 현상계, 일체, 제법의 법칙(연기)과 속성(삼법인),
존재방식(업과 윤회), 그리고 이 모든 교설의 총설인 사성제를 설명하기에
앞서 당장 현상계, 일체, 제법이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즉, 현실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아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입니다. 이것을 토대로 하여, 그러한 구조로 이루어진
현상계에 대한 여타의 관찰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반야심경에서는 우선적으로 현상계의 구조인 오온, 십이처,
십팔계를 먼저 부정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다른 모든
교설에 대해 각각을 부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모든 고설에 대한 총체적인 부정으로, 반야심경에서는 십이연기,
사성제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십이연기를 먼저 다룬것은 사성제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즉 사성제의 두 번째 성스러운
진리이며,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한 원인의 진리인 집성제를 알기 위해서는
십이연기를 알아야 하기에 우선 언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일체의 구조에 대한 관찰을 하고, 십이연기의 교설을 통해
기초 작업이 끝나면 본론격인 진리, 즉 사성제에 대한 부정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관 고리를 염두에 두고, 사성제와 십이연기의 부정을
통한 참 진리의 드러냄에 대하여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염두에 두고 지나갈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반야심경에 나온 부정은 부정을 위한 부정이 아니며, 근본불교에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언급하신 교설로의 진정한 회귀를 위하여 방편상
부정의 논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임은
물론입니다.
그러면 십이연기, 사성제가 부정되는 반야심경의 경구를 살펴 보기에 앞서
다음 장에서는 근본불교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십이연기, 사성제의
이치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