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성전

불교 성전 - 68

혜월(慧月) 2021. 7. 9. 20:32

 

불교 성전

 

제2편 초기 경전

 

제6장 전생에 쌓은 수행

 

시 한편과 바꾼 목숨

한 수행자가 히말라야에서 홀로 고생하면서 많은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는 아직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기

전이었으므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했다는 말도

대승경전(大乘經典)이 있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그때 제석천(帝釋天)은 그가 과연 부처를 이룰 수 있는 

자질과 늘력이 있는가를 시험하기 위해 나찰(羅刹)의 몸으로

변해 히말라야도 내려왔다.  수행자가 사는 근처에 서서

과거 부처님이 말씀하신 시의 앞 귀절을 외었다.

 

[이 세상 모든 일은 덧없으니

그것은 곧 나고 죽는 법이네]

 

그는 이 시를 듣고 마음속으로 무한한 기쁨을 느꼈다.

자리에서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험상궂게 생긴 

나찰 이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생각하였다.

 

[저처럼 추악하고 무서운 얼굴을 가진 것이 어떻게 그런 시를

읊을 수 잇을까? 그것은 불 속에서 연꽃이 피고, 햇볕

속에서 찬물이 흘러 나오는 것과 같다.  그러나 또 

알 수 없다.  혹 저것이 과거에 부처님을 뵙고 그 시를

들었을는지도...]

 

그는 나찰에게 가서 물었다.

[당신은 어디서 과거 부처님이 말씀하신 시의 앞 귀절을

들었습니까?  당신은 어디서 그 여의주의 반쪽을 

얻었습니까? 나는 그것을 듣고 마치 망울진 연꽃이 피는 

것처럼 내 마음이 열렸습니다.]

[나는 그런 것은 모르오.  여러 날 굶어 허기가 져서

헛소리를 했을 뿐이오.]

[그런 말씀 마십시오.  당신이 만일 그 시 전부를 내게

일러 주신다면 나는 일생토록 당신의 제자가 되겠습니다.

물질의 보시는 없어질 때가 있지마는 법의 보시는 

없어질 수 없습니다.]

 

[당신은 지혜는 있어도 자비심이 없소.  자기 욕심만 채우려

하고 남의 사정은 모르고 있소.  나는 지금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오.]

[당신은 애체 어떤 음식을 먹습니까?]

[놀라지 마시오.  내가 먹는 것은 사람의 살덩이이고

마시는 것은 사람의 따뜻한 피요.  그러나 그것을 구하지 

못해 나는 괴로와하고 있소.]

 

[그러면 당신은 그 나머지 반을 들려 주십시오.  나는 그것을

다 듣고 내 몸을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나는 이 무상한

몸을 버려 영원한 몸과 바꾸려 합니다.]

[그러나 누가 당신 말을 믿겠소?  겨우 반쪽을 듣기 위해

그 소중한 몸을 버리겠다니.]

 

[당신은 참으로 어리석습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질그릇을

주고 칠보로 된 그릇을 얻듯이,  나도 이 무상한 몸을 버려

금강석처럼 굳센 몸을 얻으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게는 

많은 증인이 있습니다.  시방 삼세의 모든 부처님께서

그것을 증명해 주실 것입니다.]

 

[그러면 똑똑히 들으시오.  나머지 반을 말하겠소.]

하고 나찰은 시의 후반을 외었다.

 

[나고 죽음이 다 없어진 뒤

열반 그것은 즐거움이어라]

 

그는 이 시를 듣고 더욱 환희심이 솟았다.

시의 뜻을 깊이 생각하고 음미한 뒤에 벼랑과 나무와 돌에

새겼다.  그리고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떨어지려 하였다.

그때 나무의 신이 그에게 물었다.

[그 시에는 어떤 공덕이 있습니까?]

 

[이 시는 과거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내가 이 시를 들으려고 몸을 버리는 것은 나 하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최후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세상의 인색한 모든 사람들에게 내 몸을 버리는 

이 광경을 보여 주고 싶다.  조그만 보시로 마음이 교만해진

사람들에게 내가 한 귀절의 시를 얻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버리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그는 몸을 날려 나무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그 몸이 땅에 닿기도 전에 나찰은 곧 제석천의 

모양을 나타내어 공중에서 그를 받아 땅에 내려놓았다.  

모든 천신들이 그의 발에 예배하고 그 지극한 구도의

정신과 서원(誓願)을 찬탄하였다.

                                    <大般涅槃經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