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성전 - 68
불교 성전
제2편 초기 경전
제6장 전생에 쌓은 수행
시 한편과 바꾼 목숨
한 수행자가 히말라야에서 홀로 고생하면서 많은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는 아직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기
전이었으므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했다는 말도
대승경전(大乘經典)이 있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그때 제석천(帝釋天)은 그가 과연 부처를 이룰 수 있는
자질과 늘력이 있는가를 시험하기 위해 나찰(羅刹)의 몸으로
변해 히말라야도 내려왔다. 수행자가 사는 근처에 서서
과거 부처님이 말씀하신 시의 앞 귀절을 외었다.
[이 세상 모든 일은 덧없으니
그것은 곧 나고 죽는 법이네]
그는 이 시를 듣고 마음속으로 무한한 기쁨을 느꼈다.
자리에서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험상궂게 생긴
나찰 이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생각하였다.
[저처럼 추악하고 무서운 얼굴을 가진 것이 어떻게 그런 시를
읊을 수 잇을까? 그것은 불 속에서 연꽃이 피고, 햇볕
속에서 찬물이 흘러 나오는 것과 같다. 그러나 또
알 수 없다. 혹 저것이 과거에 부처님을 뵙고 그 시를
들었을는지도...]
그는 나찰에게 가서 물었다.
[당신은 어디서 과거 부처님이 말씀하신 시의 앞 귀절을
들었습니까? 당신은 어디서 그 여의주의 반쪽을
얻었습니까? 나는 그것을 듣고 마치 망울진 연꽃이 피는
것처럼 내 마음이 열렸습니다.]
[나는 그런 것은 모르오. 여러 날 굶어 허기가 져서
헛소리를 했을 뿐이오.]
[그런 말씀 마십시오. 당신이 만일 그 시 전부를 내게
일러 주신다면 나는 일생토록 당신의 제자가 되겠습니다.
물질의 보시는 없어질 때가 있지마는 법의 보시는
없어질 수 없습니다.]
[당신은 지혜는 있어도 자비심이 없소. 자기 욕심만 채우려
하고 남의 사정은 모르고 있소. 나는 지금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오.]
[당신은 애체 어떤 음식을 먹습니까?]
[놀라지 마시오. 내가 먹는 것은 사람의 살덩이이고
마시는 것은 사람의 따뜻한 피요. 그러나 그것을 구하지
못해 나는 괴로와하고 있소.]
[그러면 당신은 그 나머지 반을 들려 주십시오. 나는 그것을
다 듣고 내 몸을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나는 이 무상한
몸을 버려 영원한 몸과 바꾸려 합니다.]
[그러나 누가 당신 말을 믿겠소? 겨우 반쪽을 듣기 위해
그 소중한 몸을 버리겠다니.]
[당신은 참으로 어리석습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질그릇을
주고 칠보로 된 그릇을 얻듯이, 나도 이 무상한 몸을 버려
금강석처럼 굳센 몸을 얻으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게는
많은 증인이 있습니다. 시방 삼세의 모든 부처님께서
그것을 증명해 주실 것입니다.]
[그러면 똑똑히 들으시오. 나머지 반을 말하겠소.]
하고 나찰은 시의 후반을 외었다.
[나고 죽음이 다 없어진 뒤
열반 그것은 즐거움이어라]
그는 이 시를 듣고 더욱 환희심이 솟았다.
시의 뜻을 깊이 생각하고 음미한 뒤에 벼랑과 나무와 돌에
새겼다. 그리고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떨어지려 하였다.
그때 나무의 신이 그에게 물었다.
[그 시에는 어떤 공덕이 있습니까?]
[이 시는 과거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내가 이 시를 들으려고 몸을 버리는 것은 나 하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최후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세상의 인색한 모든 사람들에게 내 몸을 버리는
이 광경을 보여 주고 싶다. 조그만 보시로 마음이 교만해진
사람들에게 내가 한 귀절의 시를 얻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버리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그는 몸을 날려 나무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그 몸이 땅에 닿기도 전에 나찰은 곧 제석천의
모양을 나타내어 공중에서 그를 받아 땅에 내려놓았다.
모든 천신들이 그의 발에 예배하고 그 지극한 구도의
정신과 서원(誓願)을 찬탄하였다.
<大般涅槃經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