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성전

불교 성전 - 74

혜월(慧月) 2021. 7. 15. 20:26

 

불교 성전

 

제2편 초기 경전

 

제6장 전생에 쌓은 수행

 

비둘기 대신 자기 몸을 주다

 

옛날 자비심이 지극한 왕이 있었다.     그는 항상 백성

대하기를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듯 했으며 정진력 또한

굳세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기어코 부처님이 되리라는 

큰 서원을 세우고 있었다. 

 

어느 날 비둘기 한 마리가 비명을 지르면서 황급히

그 품속으로 날아들어 온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때에 뒤쫓던 매가 나뭇가지에 앉아 왕에게 말하였다.

 

[그 비둘기를 내게 돌려주시오.  그것은 내 저녁거리입니다.]

[네게 돌려줄 수 없다.  나는 부처가 되려고 서운을 세울

때 모든 중생을 다 구호하겠다고 결심하였다.]

[모든 중생 속에 나는 들지 않습니까?  나에게는 자비를

베풀지 않고, 더구나 내 먹이를 빼앗겠단 말입니까?]

[이것은 돌려줄 수 없다. 너는 어떤 것을 먹고 싶어하느냐?]

[갓 죽인 날고기가 먹고 싶습니다.]

 

왕은 속으로 생각했다.

[날고기라면 산 목숨을 죽이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

그렇다면 하나를 구하기 위해 다른 목숨을 죽게 할 수 

있겠는가.  내 몸은 더러운 것,  오래지 않아 죽고 말 것이니

차라리 이 몸을 주자.]

 

왕은 선뜻 다리의 살을 베어 매에게 주었다.

그런데 매는 비둘기와 똑같은 무게의 살덩이를 요구하였다.

왕은 저울을 가져다 베어 낸 살덩이와 비둘기를 달아

보았다.  비둘기가 훨씬 무거웠다.  왕은 한쪽 다리의 살을

더 베어, 두 덩이를 합쳐 달게 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가벼웠다.  그리하여 두 발꿈치, 두 얻덩이, 두 젖가슴의 

살을 베어 달았으나 이상하게도 베어낸 살이 비둘기의

무게보다 가볍기만 했다.  마침내 왕은 자기의 몸을 온몸을

저울 위에 올려 놓으려고 하다가 힘이 다하여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왕은 매를 원망하거나 자기가 한 일에 후회하는

빛이 조금도 없이 오히려 중생의 고통을 생각했다.

 

[모든 중생은 다 고해(苦海)에 빠져 있다.  나는 그들을 

건져 내야 한다.  이 고통도 중생들이 받는 지옥의 고통에

비하면 그 십육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왕은 다시 저울로 올라가려 하였으나 또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 왕은 다시 맹세하여 말하였다.

 

 [나는 살을 베고 피를 흘려도 괴로와하거나 뉘우치지

않고 일심으로 불도를 구하였다.  내 이 말이 진실이라면

내 몸은 본래대로 회복되리라.]

이렇게 말했을 때 왕의 몸은 본래대로 회복되었다.

                                       < 大 智 度 論 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