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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있는 건물들

혜월(慧月) 2021. 7. 13. 20:55

 

사찰의 주요 전각들

 

산문의 마지막 문인 해탈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사찰의 중심

건물인 큰 법당이 당당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법당 

앞 마당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나 경전을 간직한 탑이 서 있다.

 

법당이란 법을 설하는 당우라는 의미다.   예전에는 이곳에 금인

(金人)인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고 해서 금당(金堂)이라 불렀다.

보통 이런 건물에는 불보살이 모셔져 있기에 궁전이라는 뜻을

더하여 전(殿), 혹은 불전(佛殿)이라 존칭하고 있다.  

 

이러한 법당은 그곳에모셔져 있는 불보살님이 어떤 분인가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특히 사찰의 정 중앙에 자리 

잡은 법당을 큰 법당이라 부른다.

 

대웅전(大雄殿)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법당이다. 석존은 모든 번뇌를 끊어

깨달음을 얻었기에 위대한 승리자요 영웅이다.  그래서 대웅이라

불렀으며 이 분을 모신 곳을 대웅전이라 이름한 것이다.  

부처님의 좌우에는 협시(協侍,옆에서 보좌하는 보살)보살이나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협시보살로는 문수보살. 보현보살. 제화갈라보살. 미륵보살이 

부처님 양 옆에 서 있으며, 좌우에 아미타불과 약사여래가

자리 잡고 있을 경우에는 격을 높여 대웅보전(大雄寶殿)이라 부른다.

 

대적광전(大寂光殿)

화엄경에 등장하는 주존 부처님인 비로자나불을 모신 법당이다.

비로자나불은 진리의 당체라 하여 법신불(法身佛)이라 일컬어진다.

이 법신불은 형상이 없고 소리도 없다.  그래서 전혀 설법을 하지 

않는다.  다만 법신불의 미간 백호에서 광명이 퍼져 나와 시방 

세계의 모든 나라를 환히 밝힌다.  이렇게 침묵 속에서 찬란한 진리의

빛을 발한다 하여 이 법신불을 모신 큰 법당을 대적광전,  적광전,

대광명전(大光明殿), 보광전(普光殿) 등으로 부른다.   비로전(毘盧殿)

이라는 명칭도 있다.    비로자나불을 모셨기 때문이다. 

비로자나불을 모신 궁전이 큰법당이 아닐 경우에는 대적광전 대신

이 이름을 쓴다.

 

극락전(極樂殿)

아미타불을 모신 법당이다.   아미타불은 서방정토 극락세계의 교주이기

때문에 이분을 모신 궁전을 극락전이라 한 것이다.   아미타불은 또한

무한한 빛이요 생명의 님이어서 무량광불(無量光佛) 혹은 무량수불

(無量壽佛)이라고도 불리는데,  이에 따라 극락전을 무량수전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이 밖에 아미타전,  미타전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아미타불의 협시보살로서 좌측에 있는 분이 관세음보살이고 우측에

있는 분이 대세지보살이다.

 

미륵전(彌勒殿)

미래에 이 땅에 출현하여 중생들을 구원할 미륵불을 모신 법당이다.

이 궁전은 미륵불에 의해 전개되는 새로운 불국토 용화세계를 

상징한다고 하여 용화전(龍華殿)이라고도 부른다.

 

약사전(藥師殿)

사람의 병을 고치는 데서 으뜸인 약사여래를 모신 전각이다. 

약사여래는 다른 이름으로 의왕여래(醫王如來) 또는 대의왕불(大醫王佛)

이라고 하며,  동방 정유리세계(淨琉璃世界)의 교주이므로

약사유리광여래(藥師琉璃光如來)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약사전을

유리전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이 약사여래의 좌협시보살이 

일광보살(日光菩薩)이고 우협시보살이 월광보살(月光菩薩)이다.

 

한편 이러한 큰 법당 좌우에는 여러 보살님들을 모신 궁전이 자리

잡고 있는데,  원통전, 문수전, 지장전, 나한전 등이 그것이다.

 

원통전(圓通殿)

고통 속에서 중생을 구하는 대비성자(大悲聖者)로서 관세음보살을

모신 법당이기에 관음전(觀音殿)이라고도 한다.  원통전은 

관세음보살의 능력이 두루 미치지 못하는 바가 없어 원통대사

(圓通大士)라 부른 데서 따온 것이다.

 

문수전(文殊殿)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을 모신 전각이다.  이 궁전은 또한 크나큰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을 모셨다고 해서 대지전(大智殿)이라고도 

한다.  지혜는 바로 깨달음과 연결되므로 사찰에서는 문수전을 

흔히 선방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장전(地藏殿)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을 구제해 내는 지장보살을 모신 법당이다.

한편 지장보살은 중생들이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지옥의 공간인

명부세계의 주존으로 모셔져 있다.    그래서 지장전을 명부전(冥府殿)

이라 일컫기도 한다.    그리고 명부전에는 망자를 심판하는 열 명의 

심판관인 시왕(十王)이 계시므로 그것을 가리켜 시왕전(十王殿)이라

지칭하기도 한다.

 

나한전(羅漢殿)

아라한의 지위에 오른 나한님들을 모신 전각이다.  아라한은 번뇌를

남김없이 끊어버린 자로서 진리와 합치하기 때문에 응진(應眞)이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나한전을 응진전이라고도 한다.    또한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법회를 연 모임인 영산회상의 모습을 재현했다 해서

영산전(靈山殿)이라고도 부른다.

 

한편 사찰의 중심 법당 위쪽 양쪽 측면으로 전보다 규모가 작은 여러

개의 각(閣)이 들어서 있다.   산신각(山神閣), 칠성각(七星閣), 독성각

(獨聖覺), 삼성각(三聖閣) 등이 그것으로서 우리 민간신앙의 대상을

불교에서 받아들여 모신 건축물이다.   산신각에는 산의 주신이,

칠성각에는 치성광여래와 칠여래가,  독성각에는 홀로 수행하여

깨달음을 연 독성이 모셔져 있으며,  삼성각에는 산신. 칠성. 독성 

세 분이 한데 봉안되어 있다.

 

그밖의 여러 전각과 요사 

 

법당 좌우에는 여러 가지 요사(寮舍)가 들어서 있다.  그러니까

법당과 누각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좌우편에 요사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요사를 요사채라고도 하는데 스님들의 수행 공간이자

생활 공간을 말한다.  좌선 공간도 이곳에 있으며 아직 정식으로

스님이 되기 이전의 예비승인 학인(學人)들이 경전을 공부하는 

곳도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심검당(尋劍堂)은 무명의 풀을 베는 지혜의 칼을

찾아간다는 이름 하에 강학이 이루어지는 곳이며,  수선당(修禪堂)은

참선 대중들이 선에 드는 곳이다.  이 밖에도 적묵당(寂默堂)

설선당(設禪堂), 궁현당(弓玄堂), 해행당(解行堂) 등의 이름도 많이 보인다.

 

스님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공양을 하고,  회의를 거쳐 합의를

이끌어 내는 대중 큰방도 이곳 요사에 자리 잡고 있다.  큰 법당에서

주요 의식을 집전하는 스님들이 거주하는 노전(爐殿)도 요사의 범주에

든다. 보통 이 노전에는 봉향각(奉香閣), 응향각(凝香閣), 향로전(香爐殿),

일로향각(一爐香閣), 향적전(香積殿)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향자가 들어간 이러한 이름들은 향을 피워 예불을 거행하는 의식승인

부전승의 처소를 가리킨다.

 

요사 뒤편으로는 스님들의 개인방과 부엌인 정지간, 식당, 곳간, 수각,

그리고 화장실인 해우소가 들어서 있다.  부엌과 식당, 수각이 있는

공간을 따로 떼어내어 후원(後苑이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큰스님이 거주하는 공간을 반야실(般若室), 방장실(方丈室),

염화실(拈華室), 미소실(微笑室) 등으로 일컬었는데,  요사채의 주요

건물에서 약간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요즘 선방과 강당은 관광객들이나 일반 내방객들의 내왕으로 

수행 생활에 적잖이 방해가 되므로 공부하기 조용한 곳에 자리 잡아

가는 추세이다.  특히 많은 운수납자들이 선에 드는 선방은 사찰의

중심 공간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하고 조용하며 청명한 공간에 자리를 

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이러한 선방은 무슨무슨 

선원이라는 현판을 걸고 있는데 사찰의 주요 공간에서 계곡이나 

일정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기도 하다.

 

한국의 사찰은 이렇게 성격을 달리하는 많은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또한 그 다양한 건물에는 여러 불보살들을 비롯한 불교의 성현들이

다수 모셔져 있다.  뿐만 아니라,  대웅전과 극락전이 공존하고,

영산전과 문수전이 공존하며,  산신각과 미륵전이 서로 어울려 있다.

심지어 자력을 내세우는 선원과 타력을 내세우는 아미타전이 한 

공간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이렇게 한국의 사찰은 다양한 하나하나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 

커다란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사원건축으로 드러난 

또 하나의 '화엄세계'이다.

 

                                <유쾌하게 읽는 불고(고명석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