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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이란 무엇인가

혜월(慧月) 2021. 7. 14. 20:52

 

불상의 기원과 역사

 

우리들은 사찰이라든가 산속의 바위벽, 또는 탑의 몸체(塔身)

둘레에서 부처님의 모습인 불상(佛像)을 친견한다.    신앙의 

대상으로서 또는 하나의 상징체로서,  그리고 한 시대의 

문화유산으로서 불상을 접하곤 한다.

 

언제부터 이러한 불상이 만들어졌는가?

석존이  열반하시자 석존을 따르던 출가제자와 재가불자들의 

상실감과 슬픔은 말할 수 없이 깊었다.   그 지고지순한 님의

사라짐은 곧 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타올랐다.   그래서 그 님을

어떠한 모습으로든 그려내어 그에 귀의하고자 했다.

그러나 지상에서 가장 존엄하고 존귀했던 위대한 인물을 그와

똑같이 형상화한다는 것 자체가 한계였다.   그 딱 한 가지 대안은

상징물로써 부처님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보리수,

연꽃, 부처님의 발자국인 족적(足跡), 불탑 등으로 부처님을 

형상화하였다.    이 시대를 일컬어 무불상 시대라 한다.

 

그러다가 기원전 1세기경에 서북인도 간다라 지방에서 처으므로

불상이 출현하게 된다.   이 지역은 알렉산더 대왕의 침입으로

그리스와 문화적 접촉이 잦았다.   주지하다시피 그리스는 일찍이

조각 건축이 발달한 나라로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많은 

신상(神像)을 조각해 낸 바 있다.   탁월한 능력을 소유한 신성한

존재도 구체적인 형상으로 조각해 낸 것이다.   이러한 문화가

인도에 전해져 불상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간다라물상을 보면 콧날이 높고 윤곽이 뚜렷한 것이 바로 서양인의

모습 그것이다.  이것을 간다라불상이라 한다.   한편 인도 중부의

마투라지역에서도 불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리스 양식이 아닌 

인도 고유의 양식에 입각한 불상이라는 데에 그 특색이 있다.

콧날이 도톰하고 눈두덩이 나온 인도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를 마투라불상이라 한다.

 

 

불상의 의미와 종류 

 

불상이 만들어진 계기는 부처님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자신을

완전히 내맡기는 신앙심의 발로에 있었다.   이렇게 볼 때 불상의

주된 기능은 예배의 대상으로서 중생들의 간절한 마음을 대자대비한 

최고의 님에게 집중시키려는 데 있다고 하겠다.

 

흑자는 물을지도 모른다.   불교는 공(空)과 무상(無相)을 강조한다.

그런데 불상이란 일종의 형상이며 유상이니,  그 공과 무상을 어떤

유한한 대상물로 한계 짓는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물론 지고의

부처님은 형상도 없고 소리도 없다.   갖가지 모양과 색깔을 초월하였다.

모습이 없는,  아니 모습을 초월한 무상의 부처님이다.

 

그러나 무상불(無相佛)은 갖가지 형상으로 이 세계에 내재하는 측면

또한 지니고 있다.   진리는 모습과 소리로 울려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가장 응축하여 표현한 것이 불상이다.   비근한 예로 석굴암의

본존불은 무상의 부처님이 유상의 모습으로 나타난 최고의 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즉 우리는 유상을 통해서 무상에 도달할 수 있다.

유상한 불상에 대한 예배와 공양을 통해서 무상한 부처님의 마음과

접할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의 크나큰 지혜와 자비는 이렇게 해서

내 마음 속에 잔잔하게 울려 퍼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불상을 대할 때 항상 이러한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

문화유산으로서의 불상을 본다고 할 때도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그것이 상징하고 있는 부처님의 정신성과 접할 때 보다 깊은 감동을

받게 되리라 생각한다.

 

보통 불상이라 하면,  부처님상만을 지칭하는 줄 알고 있는데,  그것은

협의적 개념이다.  광의로 볼 경우,  거기에는 부처님상뿐만 아니라

보살상, 신중상, 심지어는 명왕(明王)까지 포함된다.  이 책에서는 

부처님상의 경우엔 여래상이라고 지칭하여 여타의 보살상이나 

신중상과 구별하겠다.

 

얼핏 보기에 석가모니불이든 아미타불이든,  비로자나불이든 약사여래든

그 여래상은 한결같이 똑같아서 어떤 부처님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여래상은 간다라 미술의 영향을 받아서 조성되기 시작하였는데,

그 조성 원칙에는 32상(三十二相) 80종호(八十種好)의 양식에 따르도록

되어 있었다.  32상 80종호라는 것은 인도의 이상적인 인물인 대인(大人,

mahapurusa)이 갖춘 두드러진 형상과 미세한 특징을 말한다.

 

32상 가운데 대표적인 특징을 들면 이렇다.   정수리에 살이 상투처럼

솟아올라 있는 육계상(肉髻相),  양 눈썹 사이에 하얀 털이 솟아나 있는

백호상(白毫相), 피부색이 금빛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금색상(金色相),

몸의 사방에서 빛이 퍼져 나가는 원광상(圓光相),  손가락이 섬세하고

단정하며 곧고 길다는 장지상(長指相), 상반신이 사자와 같이 위용이

있다는 상신여사자상(上身如獅子相),  몸이 크고바르다는 대직신상

(大直身相) 등이다.   이 중에서 백호상은 훗날 수정으로 원형을 깍아

양미간 사이에 끼워 넣는 형태를 취하였다.

 

이것 외에도 몸을 바로 세웠을 때,  손이 무릎에 닿을 정도로 길다는

정립수마슬상(正立手摩膝相),  몸에 나 있는 모든 털이 위로 솟구쳐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는 모상향상(毛上向相),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막이 있어서 마치 기러기가 발가락을 펴면 나타나고 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는 相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상을 실제로 보여줄 경우 마치 괴물처럼 이상스럽게 보여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기에 그러한 측면은 표현하지 않고

자비의 면모를 최대한 드러낸다.

 

그리고 부처님의 치아가 40개라는 시십치상(四十齒相),  혀가 크고

넓어서 얼굴 전체를 덮고 입 속에 넣어도 입 속에 차지 않는다는

대설상(大舌相),  음성이 깊고 부드럽다는 범성상(梵聲相) 등은 

실제로 입을 열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표현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해 32상 80종호의  몇 가지 예가 부처님상의 

자비롭고 신비한 측면을 강조하는 데 적용되어,  여래상은 한결같이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자비로운 모습을 하게 된 것이다.

 

보살상은 여래상과는 달리 긴 머리에 화려한 보관을 쓴 채 여러 가지

장신구를 몸에 달고 아름다운 천의(天衣)를 휘날리고 있다.

보살상과 여래상의 유사한 점은 미간 백호상,  두광(頭光)과 신광

(身光) 등의 원광상(圓光相)이며,  연화대(蓮花臺) 위에 서 있거나

앉아 있다는 것이다.  보살상의 이러한 모습은 32상 80종호를

부분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위에 인도나 중국 귀족의 형상을 취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살상은 여래상과 구분되며,  각 보살로서의 특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보살상도 지장보살이나 천수관음 등을 제외하고는 

한결같이 인도 귀족이나 중국 귀인(貴人)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

들고 있는 지물(持物)이나 보관(寶冠)에 새겨진 상징물에 의해서

누구인지 구별할 수 있을 뿐이다.

 

                              <유쾌하게 읽는 불교> 고명석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