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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혜월(慧月) 2021. 7. 15. 22:14

 

불상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수인(手印)과 계인(契印)

 

불교가 밀교의 영향을 받은 이후로는 여러 가지 불상을 표현할 때,

배경 설명은 전혀 배제한 채 만다라의 상징체계 속에서 각각 불상의 

열할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 결과 만들어 낸 것이 각 불상을 구별

짓는 독특한 인계(印契,mudra)이다.

 

인(印)이란 확고한 표시 내지는 증거, 불변하는 진리를 말한다. 

이러한 불변하는 모습으로서의 인은 각기 다른 여러 불상의 서원과

공덕을 표시하는 독특한 특징이기에 불상을 식별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등장한다.

 

그러한 표식 중에서 손가락으로 나타내는 것을 수인(手印)이라 하고,

법륜(法輪)이나 지팡이나 경책 등 들고 있는 물건(持物)으로 표현하는

것을 계인(契印)이라 하는데,  이 둘을 합해서 인계(忍契)라고 부른다.

인계를 다른 말로는 인상(印相), 밀인(蜜印) 혹은 인(印)이라고도 칭한다.

대표적인 수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선정인(禪定印)

선정에 들 때 흔히 짓는 손 모습이다.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 하여

배꼽 앞에 살며시 갖다 대고 오른손 역시 손바닥을 위로 한 채 왼손과

닿을 듯 말 듯 겹쳐 놓고는 두 엄지 손가락을 타원형을 그리듯 서로

맞대는 형식이다.   석존께서 보리수 밑에서 깊은 삼매에 들었을 때

취했던 수인이다.  법계정인(法界定印)이라고도 한다.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석존께서 정각을 이루기 바로 직전,  마왕의 무리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유혹하였으나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마왕이 그 자리는 네 자리가 아니라 내 자리라고 소리쳤으나,

석존은 이 자리는 내 자리이며 그것을 지신(地神)이 증명하리라고 하면서

땅에다 손을 대자마자 느닷없이 지신이 땅에서 솟구쳐 올라 석존의

깨달음을 증거하였다.  이렇게 석존이 마왕의 항복을 받고 깨달음을

이루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 항마촉지인이다.

선정인을 한 상태에서 왼손은 그대로 두고 오른손을 풀어 손바닥을

무릎에 대는데,  다섯 손가락을 자연스레 아래로 내려뜨리거나 

그 한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는 수인이다.

 

전법륜인(轉法輪印)

석존께서 대각을 성취하신 이후 사슴들이 뛰노는 녹야원(鹿野園)에서

다섯 비구를 모아 놓고 최초로 설법할 때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바로 진리의 수레바퀴, 법의 바퀴를 굴린 최초의 사건으로서

초전법륜(初轉法輪)이라고도 하는데,  그때 지은 손의 모습을 

전법륜인이라 한다.  왼손의 엄지와 검지를 손가락을 튕길 듯한 모습으로

서로 갖다 대고 나머지 손가락을 자연스레 펴는데 손바닥은 위로

향한 채 배꼽 부위에 갖다 댄다.  오른손도 왼손과 유사한 모습으로 하되,

왼손의 약지와 소지가 오른손의 손목에 닿을 듯 말 듯한 위치에서

손바닥을 살짝 밖으로 내놓은 수인이다.

 

여원인(與願印)

부처님이 중생에게 자비를 베풀어 중생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모두 받아주겠다는 표시이다.  팔을 밑으로쭉 뻗어내려 손바닥을 

밖으로 한 채 모든 원을 받아주겟다는 듯이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이

쫙 펴고 있다.  석가모니가 이러한 수인을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

취했는지는 선정인이나 항마촉지인처럼 확실하지는 않지만,  보편적인

자비의 정신을 잘 드러내고 있으므로 여래상 양식에서 많이 취하는 

수인이다.

 

시무외인(施無畏印)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는 중생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수인이다.  팔을 굽혀서 어깨 높이로 들어 올려

손바닥을 밖으로 향한 채 손가락을 모아서 쫙 편 모습이다.

손바닥이 향한 위치며 모습은 여원인과 똑같은데,  이 수인은 손을

어깨 높이까지 들어 올려 밖을 향해 두려워 말라는 듯 자신 있게

내보이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 수인 역시 여러 여래상 

양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여원인과 더불어 우리나라 삼국시대

여래상에서 어느 여래상이건 관계없이 많이 취했던 양식이어서

통인(通印)이라고도 부른다.  법주사 청동미륵대불의 수인을 보면

왼손으로는 여원인, 오른손으로는 시무외인을 짓고 있다.

 

지권인(智拳印)

비로자나불과 대일여래가 짓고 있는 수인이다.  왼손을 배꼽 위나

가슴까지 들어 올린 채 두 번째 손가락인 검지를 위로 쫙 펴고

그것을 오른손으로 꽉 거머쥐고 있는 모습이다.   이것은 이(理)와

사(事), 이치(理)와 지혜(智), 부처님과 중생,  번뇌와 보리,  남성과

여성 등이 둘이 아닌 하나임을 상징하는 것이다.

 

아미타정인(阿彌陀定印)

아미타 부처님이 취하는 9가지의 수인으로 아미타구품인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아미타불이 9가지의 수인을 취하는 까닭은 극락에

태어나는 중생의 부류가 행동의 깊고 얕음에 따라 모두 9가지이며

그에 따라 그 극락정토 역시도  9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는 무량수경(無量壽經)의 설에 따른 것으로서,  상품상생(上品上生),

상품중생(上品中生), 상품하생(上品下生),의 셋,   중품상생(中品上生),

중품중생(中品中生), 중품하생(中品下生)의 셋,  그리고 하품상생

(下品上生), 하품중생(下品中生), 하품하생(下品下生)의 9가지를 말한다.

그러나 아미타불이 한결같이 이러한 아미타구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석가모니불의 수인인 항마촉지인을 짓고 있는 

아미타불도 있다.   그럴 경우  그 부처님이 아미타불인지 석가모니불인지

구분 지을 수 있는 근거는 그 여래상이 봉안되어 있는 전각, 조성

당시의 기록인 명문(銘文)이나 화기(畵紀)에 의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부석사 무량수전의 본존불인 아미타불은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지만,  무량수전(미타전0에 모셔져 있는 것으로 보아 석가모니불이

아닌 아미타불임을 알 수 있다.  

 

보살로서 천수관음은 1,000개의 손가락으로 중생을 구제하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렇게 손의 모습으로 불상을 구별 짓는 방법 외에 들고 있는 지물에

따라서 분류하기도 한다.    현세 이익의 부처님인 약사여래는 반드시

한 손을 배꼽 근처에 갖다 대고 손바닥을 위호 향한 채 그 위에 

약 항아리인 약합(藥盒)을 얹어 놓고 있다.  

문수보살이나 대세지보살은 경책(經冊)을 들고 있고,

지장보살은 지팡이나 법륜을 들고 있으며,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은 각각 일륜(日輪)과 월륜(月輪)을,

관세음보살은 정병(淨甁)이나 버들가지를 들고 있는데,  다양한 형상으로

변화하여 몸을 나타내는 변화 관음 역시 그에 걸맞은 지물을 들고 있다.

예를 들어 불공견삭관음(不空羂索觀音)은 견삭(밧줄)을, 

여의륜관음은 여의주와 법륜을 들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보살의 경우 그 타고 있는 동물이나 생긴 모습에 따라서 분류가

가능하다.   

문수보살은 사자를,

보현보살은 코끼리를 타고서는 각각 그 '지혜'와 '실천'의 웅대한 모습을

보여준다.

 

십일면관음과 마두관음(馬頭觀音)은 각각 11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말머리를 하고 있다는 데서 첫눈에 알아 볼 수 있다. 

 

특히 신중상(神衆像)은 모두 개성이 강하고 각각의 뚜렷한 특징에 따라

묘사되기 때문에 그 당사자의 얼굴 모습이나 지물을 보고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그곳에서 신앙하는 주체가 어떻게 부르고 믿고 있느냐에

따라서 불상을 분류하기도 한다.    특히 미륵불상이 그렇다.

이 미륵불상의 경우 너무나 민중적이어서 마을 가까이에 있는 노천에

방치된 불상은 모두 그 지역 사람들에게 미륵불로 불린다.     더욱이 

미륵불은 생긴 모습이 농투성이들처럼 투박하고 소략할뿐더러 균형의

미가 많이 떨어지고 일반적인 불상의 모습이나 양식에서 볼 때

상당히 이질적이어서 다른 불상과의 구분이 쉽다.    미륵불은 다양한 

수인을 하고 있어서 수인에 의한 구분은 불가능하지만, 용화전이나 

미륵전 등의 전각에 모셔진 미륵불을 제외하고는 이런 점에서 여타의

불상과두드러지게 구별된다.

 

                              <유쾌하게 읽는 불교> 고명석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