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성전 - 328
불교 성전
제5편 조사 어록
제6장 상단 법어
화두 참구하는 법
스님은 어느 날 대중을 모아 놓고 일상의 정진을 낱낱이
물은 다음 이와 같이 말했다.
[모름지기 대장부의 마음을 내고 결정된 뜻을 세워,
평생에 깨치거나 알려고 한 모든 법과 문장과 어언삼매
語言三昧)를 싹 쓸어 큰 바다속에 던져버리고 다시는
집착하지 마시오. 한번 앉으면 그 자리에서 팔만 사천의
온갖 생각을 끊고, 본래부터 참구(參究)하던 화두를 한번
들면 놓지 마시오.
<모든 법이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어떤 것이 본래면목인가?>
<어떤 것이 내 성품인가?>
<어째서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 했을까?>
이런 화두를 들되, 마지막 한 마디를 힘을 다해 드시오.
화두가 앞에 나타나면 들지 않아도 저절로 들려 고요한 곳에서나
시끄러운 곳에서나 한결같을 것이오. 이 경지에 이르면
다니거나 멈추거나 앉거나 눕거나 옷 입을 때나 밥 먹을 때나
언제 어디서나 온몸은 하나의 의심덩이가 됩니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부딪치고 또 부딪쳐 몸과 마음을 한덩어리로
만들어 그것을 똑똑히 참고하시오. 화두 위에서 그 뜻을
헤아리거나 어록(語錄)이나 경전에서 그것을 찾으려 하지 말고,
단박 깨뜨려야 비로소 집안에 들어가게 될 것이오.
만약 화두가 들어도 들리지 않아 냉담하고 아무 재미가 없으면,
낮은 소리로 서너 번 연거푸 외워 보시오. 문득 화두에 힘이
생기게 됨을 알 수 있을 것이오. 그런 경우에 이르면 더욱
힘을 내어 놓치지 않도록 하시오.
여러분이 저마다 뜻을 세웠거든 정신을 차리도 눈을 비비면서,
용맹 정진하는 가운데에서도 더욱 더 용맹 정진하면 갑자기
탁 터져 백천 가지 일을 다 알게 될 것이오. 그런 경지에 이른
사람은 이십 년이고 삼십 년이고를 묻지 말고 물가나 나무 밑에서
성태(聖胎)를 기르시오. 그러면 그는 금강권(金剛券)도 마음대로
삼켰다 토했다 하며, 가시덤불 속도 팔을 저으며 지나갈 것이고,
한 생각 사이에 시방세계를 삼키고 삼세의 부처를 토해낼 것이오.
이와 같은 경지에 이르러야 그대들은 비로소 법신불(法身佛)의
갓을 머리에 쓸 수 있고, 보화불(報化佛)의 머리에 앉을 수
있을 것이오. 그렇지 못하다면 밤낮을 가리지 말고 방석 위에
우뚝 앉아 눈을 바로 하고
<이 무엇인가?>의 도리를 참구하시오.]
<懶翁, 법어>
*라옹(1320~1376) 고려때 스님. 법명은 혜근(惠勤). 중국 원나라에
가서 지공(指空)에게서 깨달아 법의(法衣)와 불자(佛子)를 받고,
1371년에 왕사(王師)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