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성전

불교 성전 - 332

혜월(慧月) 2022. 3. 30. 20:13

 

불교 성전

제5편 조사 어록

 

제7장 선가의 거울

 

 

한 물건 

 

여기 한 물건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밝고 신령하여 일찌기 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았다.  이름 지을 길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다.

한 물건이란 무엇인가.

옛 어른은 이렇게 노래했다.

 

옛 부처 나기 전에

의젓한 둥그러미

석가도 알지 못한다 했는데

어찌 가섭이 전하랴.

 

이것이 한 물건의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이름 지을 길도 모양 그릴 수도 없는 연유다.

육조(六祖)스님이 대중에게 물었다.

 

[내게 한 물건이 있는데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다.

너희들은 알겠느냐?]

신회(神會)선사가 곧 대답하기를 

[모든 부처님의 근본이요 신회의 불성입니다.]  하였으니,

이것이 육조의 *서자(庶子)가 된 연유다.

 

회양(懷讓)선사가 숭산(崇山)으로부터 와서 뵙자

육조스님이 묻기를

[무슨 물건이 이렇게 왔는고?] 할 때에 회양은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다가 팔 년만에야 깨치고 나서 말하기를 

[가령 한 물건이라 하여도 맞지 않습니다.]  하였으니,

이것이 육조의 맏아들이 된 연유다.

 

부처님과 조사(祖師)가 세상에 출현하심은 마치 바람도

없는데 물결을 일으킨 격이다.  세상에 출현한다는 것은

대비심(大悲心)으로 근본을 삼아 중생을 건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한 물건으로써 따진다면,

사람마다 본래 면목이 저절로 갖추어졌는데 어찌 남이 

연지 찍고 분 발라 주기를 기다릴 것인가.  그러므로

부처님이 중생을 건진다는 것도 공연한 짓인 것이다.

 

억지로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 마음이라 부처라 혹은 

중생이라 하지만,   이름에 얽매여 분별을 낼 것이 아니다.

다 그대로 옳은 것이다.

한 생각이라도 움직이면 어긋난다.

 

                      <西山,  禪家龜鑑>

 

*서자 : 직계가 아닌 방계(傍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