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성전 - 332
불교 성전
제5편 조사 어록
제7장 선가의 거울
한 물건
여기 한 물건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밝고 신령하여 일찌기 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았다. 이름 지을 길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다.
한 물건이란 무엇인가.
옛 어른은 이렇게 노래했다.
옛 부처 나기 전에
의젓한 둥그러미
석가도 알지 못한다 했는데
어찌 가섭이 전하랴.
이것이 한 물건의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이름 지을 길도 모양 그릴 수도 없는 연유다.
육조(六祖)스님이 대중에게 물었다.
[내게 한 물건이 있는데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다.
너희들은 알겠느냐?]
신회(神會)선사가 곧 대답하기를
[모든 부처님의 근본이요 신회의 불성입니다.] 하였으니,
이것이 육조의 *서자(庶子)가 된 연유다.
회양(懷讓)선사가 숭산(崇山)으로부터 와서 뵙자
육조스님이 묻기를
[무슨 물건이 이렇게 왔는고?] 할 때에 회양은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다가 팔 년만에야 깨치고 나서 말하기를
[가령 한 물건이라 하여도 맞지 않습니다.] 하였으니,
이것이 육조의 맏아들이 된 연유다.
부처님과 조사(祖師)가 세상에 출현하심은 마치 바람도
없는데 물결을 일으킨 격이다. 세상에 출현한다는 것은
대비심(大悲心)으로 근본을 삼아 중생을 건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한 물건으로써 따진다면,
사람마다 본래 면목이 저절로 갖추어졌는데 어찌 남이
연지 찍고 분 발라 주기를 기다릴 것인가. 그러므로
부처님이 중생을 건진다는 것도 공연한 짓인 것이다.
억지로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 마음이라 부처라 혹은
중생이라 하지만, 이름에 얽매여 분별을 낼 것이 아니다.
다 그대로 옳은 것이다.
한 생각이라도 움직이면 어긋난다.
<西山, 禪家龜鑑>
*서자 : 직계가 아닌 방계(傍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