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별로 지혜롭게 대응하기
엄마 수업
제1장 자식사랑에도 때가 있다
*나이별로 지혜롭게 대응하기
자식이 커감에 따라 세대별 특성이 달라집니다. 부모도 거
기에 맞게 대하면 순리에 어긋나지 않아서 자식에게도 좋고 부모에게
도 좋습니다. 또 나이가 들면 늙은 사람의 특징이 있어요. 늙은이는 변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몸도 이미 굳어서 유연하지 않고 거동도 불편
하지만, 특히 마음이나 정신이 이미 굳어서 더 이상 바뀌지를 않아요.
친정 부모든 시부모든 노인을 모시고 살다 보면 갈등이 생기는데,
이때도 노인의 특성을 알면 크게 충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노인들은 젊은 사람을 만나면 나름대로 자기 견해를 말합니다. 이래
라 저래라 하죠. 그런데 자식 입장에서는 똑같은 얘기를 계속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모가 하는 얘기를 잔소리로 받아들여요. 그
러나 부모는 잔소리를 하는 게 아니에요. 생각이 바뀌지 않아서 똑같
은 얘기를 계속하는 것일 뿐입니다.
자식이 아무리 부모에게 얘기해도, 부모가 변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
니다. 그런데도 부모의 말이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겨 "어머니 그러
면 안 돼요, 아버지 그러면 안 돼요" , "이래야 해요, 저래야 해요." 이
렇게 얘기합니다.
부모의 말이 듣기 싫고 그것 때문에 괴로우니까, 부모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자꾸 이야기를 하는 거지요. 그런데 부모는 안 바
뀌는 존재예요. 안 바뀌는 존재인데 자꾸 바뀌기를 바라니까 결국 자
기만 괴로워져요. 그래서 부모와의 사이에 갈등만 깊어집니다.
그러면 부모는 어떻게 대해야 갈등이 없을까요? 항상 맞춰 주는 거
예요. 어머니가 뭐라고 해도 "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렇게 맞추는 겁니다. 아버지가 뭐라고 해도 맞춰 주는 거예요. 그러면
이렇게 반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틀린 얘기를 하는데 어떻게 맞춥니까?"
그러나 사실은 틀리고 옳은 게 없습니다.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은
다 내 마음이 짓는 것이지, 본래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어요.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고,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다는 말이 있습
니다.
'옳다 그르다' 하는 것은 각자의 견해일 뿐이에요. 교회에 가면 교회
얘기가 옳고, 절에 가면 절 얘기가 옳고, 일본에 가면 일본 사람 말이
옳고, 한국에 가면 한국 사람 말이 옳은 거예요.남북한 관계에서도 북
한 쪽에 가서 보면 남쪽이 문제이고, 남한에서 얘기하는 거 보면 북한
이 참 문제예요. 전라도에 가서 물어보면 경상도가 문젠데, 경상도에
가서 물어보면 전라도가 문제예요. 아내의 얘기 들어보면 다 남편이 문
제고,남편에게 물어보면 다 아내가 문제예요.부모에게 물어보면 자식
이 문제라는데, 자식에게 물어보면 다 부모가 문제라고 합니다.
견해라는 것이 다 자기 입장에서 갖는 생각이기 때문에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요. 특히 늙은 부모의 생각은 자식이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 됩니다. 그런데 이걸 모르고 자꾸 바꾸려고 시도
하다가 뜻대로 안 되니까 화를 내고 짜증을 냅니다. 결국 문제는 해결
되지 않고, 부모도 자식도 괴로워져요. 시기별로, 세대별로 인간의 특
징이 있으니 그것을 알고 맞춰 대응하면 갈등이 줄어들어요. 어린아
이는 따라 배우기 때문에 자꾸 말로 가르치려 들지 말고 모범을 보이
면 됩니다. 부모는 안 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내 생각을 고집하지 말
고 그분 생각대로 맞춰 주면 돼요. 노인은 어머니든 아버지든 할아버
지든 할머니든 다 노인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신부님이든 스님이
든 목사님이든 정치인이든 다르지 않아요.
자식이 부모를,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자꾸 이래라 저래라 고치려고
하면 본인만 괴로워집니다. 내 뱃속에서 낳은 애도 내 말을 안 듣는데
나를 낳아서 나를 어린애 취급하는 부모가 자식 말을 듣겠어요? 부모
니까 자식 말 안 듣는 것도 있지만, 늙은 사람의 성질이 기본적으로 안
변해서 그러기도 해요. 그래서 시어머니든 친정 부모든 노인을 모실
때는 이 성질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성질을 알고 맞춘다는 것은 지혜입니다. 먼저 상대를 살펴
보고 성질을 알면, 어떤 관계든 이해하고 풀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상대의 성질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자기 생각대로 상대를 이해
하고 바꾸려 들기 때문에,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나이대별로
심리적 특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면 부모와 배우자, 자식을 좀 더 깊
게 이해할 수 있어요. 거기에 더해서 개인의 성질을 잘 살펴서 이해하
고 거기에 맞춰 대하면 인간관계에 갈등을 만들지 않고 행복한 인연
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엄마 수업 --------- 법륜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