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져야 행복한 것은 아니다
엄마 수업
제3장 공부 스트레스가 아이를 망친다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져야 행복한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대학 진학반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내신 성적에 부담이 많다
고 제게 이야기했는데, 실업계에서 내신등급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혼을 냈습니다. 중간고사 시험기간에 학교에 간다고 간 아
이가 학교에도 가지 않고 집에도 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학교
에서나 집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무섭고 겁이 납
니다."
이렇게 부모들이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 생각으로 야
단 치고, 그런 다음에는 또 후회를 합니다. 세상이라는 게 항상 내 뜻
대로 되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내 뜻대로 되는 게 좋은 것도 아니고,
내 뜻대로 될 수도 없어요.
우리 아들이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 모든 부모가 바랍니다. 공부
잘하는 거 싫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런데 자식이 공부를 못 한다
고 갖다 버릴 수도 없잖아요. 남편이 돈도 잘 벌고 나만 쳐다보면 좋지
요. 그런데 남편이 돈을 잘 못 번다고, 그만한 일에 이혼할 수도 없잖
아요.
세상살이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면 좋지만,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진다' 는 말은 환상이고 욕망일 뿐이에요. 원
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원하는 것에 매달려 울고불고하면서
불행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그런 가운데서도 행복하게 살 것인가, 이
건 선택의 문제예요.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생이 괴로운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요. 다 이루어져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루
어지지 않을 때 괴롭지, 이런 생각이 없다면 이루어지면 좋고 안 이루
어져도 그만인 거예요. 어떻게 생각하면 이루어지지 않아도 괴롭지가
않습니다.
또 원하는 게 꼭 이루어져야만 행복한 게 아니에요. 다시 말한면 진
수성찬을 차려 놓고 밥을 먹어야만 꼭 맛있는 게 아닙니다. 한 3일 굶
으면 밥하고김치만 먹어도 꿀맛이에요. 열 가지를 차려 줘도 열다섯
가지 반찬 먹던 것을 기준으로 하면 반찬이 부족한 것이고, 스무 가지
를 차려 줘도 서른 가지를 기준으로 하면 불만이 생깁니다. 하지만 세
가지를 차려 줘도 못 먹던 것을 기준으로 하면 기쁨이 생겨요.
결국 우리의 기쁨이라는 것은 어떤 절대적인 수치에 따른 게 아니라
는 거예요.
20, 30년 전은 지금보다 여러 조건이 떨어졌는데도 그때도 삶의 기
쁨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괴로울 일이 뭐
가 있냐고 할 만큼 조건이 훨씬 나은데도 어쩌면 괴로움은 더 커지고
불만도 더 많아지고 희망은 더 적어졌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기대
치가 높아져서 욕구가 더 커져 버렸기 때문이에요.
결국 욕구를 따라가면 영원히 행복에 도달할 수가 없어요. 욕구가
무조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 욕구에 대해 적절한 절제를 하지
않으면 결코 행복해질 수가 없습니다. 절제라는 것은 억누른다는 뜻
이 아니라 욕구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삶의 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에요.
아이가 오죽 답답하면 엄마에게 내신 성적 문제를 털어놓았겠어요.
그 마음을 헤아리고 용기를 주고 격려해 주어야 하는데, 도리어 야단
을 치니 아이가 어디에 마음을 두겠어요.
"그래, 걱정하지 마.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
이렇게 등 두드려 주고 껴안아 줘서 다독여야 하는데, 오히려 아이
에게 상처 주고 집에서 내쫓은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때만 해도 공부를 잘했는데 요즘은 공부도
안 하고 밉상이에요."
이렇게 자식 흉보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부모 기대대로 하지
않는다고 자식을 미워하는 것은 엄마 마음이 아닌 거예요.
자꾸 엄마 마음을 못 내고 자기 욕심만 내세우니까, 아들이라도 도
저히 그 안에서 숨이 막혀서 살 수가 없는 거예요. 그나마 가출했으니
까 다행이지 아이가 극단적인 마음을 먹으면 얼마나 가슴 아프겠어
요.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100일 동안 바짝 기도를 하세요.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습니
다. 제 잘못을 참회합니다.'
이렇게 깊이 참회하고 형편이 되는 대로 어려운 데 보시를 좀 많이
하세요. 이름 드러내려 하지 말고, 얘기도 하지 말고, 어려운 사람
을 돕는 일에 보시를 해서 마음을 좀 나누도록 하세요. 그렇게 하면
아이에게 좋습니다.
엄마 수업 ------- 법륜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