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엄마 수업

세상에 끌려다니지 마라

혜월(慧月) 2022. 12. 24. 10:23

엄마 수업

 

제3장 공부 스트레스가 아이를 망친다

 

*세상에 끌려다니지 마라

 

   대학교 1학년을 휴학하고 사관학교 준비 중인 학생이 부모님과

진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심한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며

상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공부나 일을 해보려고 해도 물에 젖은 걸레처럼 축 늘어지거나 무

기력해지고, 공부하는 책만 보면 고등학교 3학년 때처럼 눈앞이 깜깜

해지고 침울하고 두렵습니다. 또 밤에는 잠을 잘 못 자고 두려움이 밀

려오고, 아직도 부모님 특히 엄마와 성격이 비슷해 보이는 사람만 보

면 저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섭니다."

  책만 봐도 우울한데 무엇 때문에 공부를 합니까. 왜 억지로 하려고

하나요? '재미있다, 재미있다' 생각하는데도 재미없고, 책만 보면 자

꾸 우울해지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공부라면 오늘 당장 그만두는 게

낫습니다. 행복해지려고 사는데 지금처럼 눈앞이 캄캄한 것을 왜 합니

까?

남을 괴롭히는 것은 아무리 하고 싶어도 안 해야 해요. 그리고 아무

리 하기 싫어도 남한테 도움이 되는 것은 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관학교를 가고 안 가고가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그처럼

괴로운데 억지로 갈 필요가 없다는 거에요. 사관학교에 가기 위해 공

부하는 게 재미있고, 설사 좀 힘들어도 한번 해보겠다는 의지가 일어

나면 부모가 반대해도 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것을 생각만 해도, 책만 봐도 눈앞이 캄캄하고 어지러우면

그 길을 가면 안 되는 거예요. 사관학교 안 가고 딴 일 하고도 얼마든

지 살 수가 있는데, 굳이 몸과 마음이 안 따라주는 일을 하면서 살 필요

가 없잖아요. 혹시 사관학교에 갔다 해도 우울증이 있거나 정신이상

이 되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러면 자신뿐 아니라 남한테까지 피해를

주게 됩니다. 

  자신이 보기에 아주 즐겁고 재미가 있고,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할

만하면 하고, 하고 싶긴 하지만 내 신체나 정신적인 조건에 안 되겠

다 하면 포기를 하면 됩니다. 그러고 나서 좀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하세요.

  부모가 자식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진로를 열어 주면 좋은데, 자

기 기준으로 된다 안 된다 하니까 이처럼 아이들이 병이 들어요.

  애가 어릴 때부터 아픈 사람 고쳐 주는데 관심이 많으면 '이 아이는

의사가 돼야겠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들은 흔히 공부만 잘하면 "의사 되겠네" , "법대 가서 판

검사, 변호사 돼라." 이럽니다.

  삶의 목표가 있어서, 재능이 있어서, 관심이 있어서 직업을 선택하

는 게 아니라 오직 돈 많이 버는 것이 최대의 목표입니다. 단순히 돈벌

이 수단으로 의사가 되니까 과잉 진료가 일어나고, 돈벌이 수단으로

고시 패스하니까 부정부패에 연루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변호사가 되어서도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 도와주면 돈을 많이 벌기

힘듭니다. 대기업의 탈세를 돕거나 세금을 깍아 주어서 돈을 몇 백억

씩 받아가지고 나눠 쓰잖아요.

  결국 돈만 좇아 직업을 선택하다 보니 못된 짓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사회가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겁니다. 가난한 사람, 공부 못하

는 사람, 재주 없는 사람 때문에 혼란해지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거

의 대부분 머리 좋고 똑똑한 사람이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요.

  옛날에 아무도 초등학교 안 갈 때는 초등학교 졸업해도 학교 선생

할 수 있었어요. 다 초등학교 다니니까 중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했고,

중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되었을 때는 상고나 공고 나와서도 훌륭하게

된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전부 고등학교는 나오니까 또 대학을

나와야 되는 거예요. 요즘은 87퍼센트가 대학을 나오니 대학을 나와

봐야 옛날에 초등학교 나온 수준도 안 돼요. 그래서 유학을 갔다 오잖

아요. 그런데 유학 갔다 오는 사람도 너무 많다 보니 이제는 유학 갔다

와봐야 별 볼일 없어요.

  이런 식으로 무조건 고학력만 된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너도나도 

자식을 변호사, 의사를 만들려고 닦달해서, 국민의 절반은 변호사 하

고 절반은 의사하면 개인도 나라도 잘되고 행복할까요? 그 허상에 매

달려서 무조건 공부, 공부하니까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어른들은 상상

하지도 못할 만큼 심각합니다. 또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니 창의성도

떨어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떨어져요.

  엄마가 시킨 대로 했더니 잘된 애는 열 명에 한두 명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시킨 대로 해도 안 되니까 저항심만 커집니다. 그리고 주체

성이 없으니까 자기 인생에 중심을 못 잡아 방황하면서 "다 엄마 때문

이야"라며 책임을 엄마에게 돌려요. 엄마가 만들어 준 인생이니까, 자

기반성도 안 하고 자기 노력도 안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결국 엄마

한테 자식이 무거운 짐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놀고 싶어 한다 해서 무조건 놀게 내버려두라는

말이 아닙니다. 내 욕심으로 아이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얘기예요. 솔

직히 우리가 다 공부를 좋아합니까? 공부는 열 명 중에 한두 명만 하

면 돼요. 기본 상식선에서만 배우면 되고 학문을 할 사람은 전문적으

로 공부하면 되는 거예요.

  진정한 부모라면 자식이 자신의 취향과 기질, 재능에 맞는 일을 찾

을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해요. 이십대에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

고, 여기에서도 일해 보고 저기에서도 일해 보고, 고생도 하면서 제 나

름대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돈 많이 번다고 다니기 싫은데 억지로 대기업의 증권회사 다니면서

한 달에 1천만 원을 벌어도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연 행복할까 

요? 주식이 떨어져 고객들의 항의 때문에 불안해하고 또 보충해 주려

다가 더 빚을 진다면, 그걸 알고도 좋다고 할 수 있겠어요? 대기업에

들어가 좋겠다고 하지만 "내일 사표 낼까, 모레 사표 낼까.' 이런 마음

으로 사표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면 행복하겠어요? 그 속을 모르

니까 좋아 보이는 거예요.

  시골에 가서 과수원을 하든 농사를 짓든 소박하게 사는 것으로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 있을까요? 별이 쏟아지는 밤도 즐기고 맑은 공기도

쐬며, 조금 적게 먹고 적게 입더라도 삶을 만끽하며 사는 걸 선택했다

면 그게 훨씬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어요.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그 사람의 행복을 평가할 수가 없는 거예요.

  세상에 끌려 다니다 보면 자식도 괴롭고 부모도 괴로워집니다. 그러

니까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자기가 만족하며 자

기 힘으로 살아가느냐가 중요해요. 부모가 자식한테 할 일은, 이러한 

가치관을 갖도록 자식을 돕는 것뿐이에요.

 

                                                   엄마 수업 --- 법륜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