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엄마 수업

아직 살아 있으니 고맙습니다

혜월(慧月) 2022. 12. 30. 10:21

엄마 수업

 

 제4장 자녀와 부모가 함께 행복해지는 마음 닦는 법

 

*아직 살아 있으니 고맙습니다.

 

   우리네 인생살이가 낭떠러지를 향해서 질주해 가는 것과 같

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을 상황인데, 서로 앞

서가려고 옆을 쳐다보면서 경쟁하는 것과 똑같아요. 한치 앞을 못 보

고, 나중에 재앙이 생기면 이럴 줄 몰랐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칩니다.

  지난번 미국 방문 때 어떤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 아들은 아주 잘생

기고 똑똑하고 어디 내놔도 자랑스러울 만한 인물이었어요. 그런 아

들이 교통사고가 나서 갑자기 죽어 버린 거예요.

  그래서 부모가 충격을 받아 혼이 다 빠져버렸어요. 교회도 가보고,

절에도 가보고, 굿도 해보고, 할 거 다 해봤는데도 눈이 퀭하고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어요.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그런 일이 생기리라고 상상이나 했겠어요?

지금 아무리 남부러울 것 없이 산다 해도 인생은 한치 앞을 모릅니다.

애한테 공부, 공부 하는 엄마 밑에서 자라는 아이는 갈수록 위축되

고, 그러다가 그 기대에 못 미치면 생을 마칠 수도 있어요. 주변을 살

펴보면 그런 일을 당하고 울고불고 하는 엄마가 한둘이 아니에요.

  사람은 이미 주어져 있는 것들에 대해서 감사할 줄을 모릅니다. 부

모가 있을 때는 부모가 얼마나 소중한지, 또 나에게 얼마나 감사한 존

재인지를 잘 모릅니다.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면 그때야 비로소 뼈저

리게 깨닫게 되죠.

  남편이나 아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에요. 곁에 있을 때는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몰라요. 늘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는 몇 가지 문제, 그

부족한 것만 보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습니다.

  자녀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아이가 건강하면 공부 잘하기를

원하고, 공부를 잘하면 더 잘하기를 원하고 계속 부족한 것만 보여요.

  그런데 아이가 집을 나가 버리거나 죽고 없으면, 그동안 자신의 생

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후회하면

서 살게 돼요. 곁에 있을 때는 고마운 줄 모르고 미워하며 살다가, 곁

에서 없어지면 후회하고 괴로워하며 인생을 살아요.

  우리가 매일 숨 쉬는 공기도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지 모르고

삽니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게 공기인데도 그것의 가치

를 몰라요. 그러다 공기가 없어서 숨을 못 쉴 지경이 될 때 공기가 얼

마나 소중한지 천만금을 줘도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또 우리

가 마시는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물이 없는 상태가 되어 보면 알 수

있어요.

  이번에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 때문에 먹는 물도, 화장실 물도, 세

수하고 목욕하는 물도 없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괴로움을 겪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어려움을 당해 보면 그제야 물이 얼마나 귀중한지

알게 돼요. 정말 귀한 물, 공기는 거의 공짜로 주어졌는데도 고마워할

줄 모르고, 없어도 사는 명품 핸드백에는 수백만 원, 수천만 원 들여서

구하려 하고없으면 없다고 괴로워합니다. 현재 우리의 인생살이가 이

렇습니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을 먼저 돌아보세요. 오늘 아침 밥을 먹을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한 일이에요.

  '북한에서는 굶어죽는 사람도 있다는데 나는 아침밥 먹어서 참 다

행이다' , '두 끼만 먹어도 사는데 점심까지 세 끼 다 먹어서 다행이

다' , '지진 난 곳의 얘기를 들어보면 비 피할 집도 없는데 나는 비도

안 새는 집에서 편히 자니 다행이다.' 이렇게 현재 자기가 누리고 있

는 것에 대해서 먼저 기쁨을 재발견해 보세요. 그러면 저절로 삶의 방

향이 잡힙니다. 지금 누리고 있는 삶에 대한 행복과 기쁨을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에 먼 곳만 쳐다보고 괴로워지는 거예요.

  남편이고 자식이고 다 내 마음대로 안 되고, 자꾸 욕심이 생기는데

뜻대로 안 될 때가 있을 거예요. 주어진 환경이 불만스럽고, 매사 귀찮

고 우울해질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럴 때 삶의 기본조건으로 돌아가 살

펴보세요.

  저녁에 눈 감으면 사실은 죽는 것과 같아요. 아침에 눈 못 뜨면 죽는

거예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갱에 갇혀 있다 살아나온 칠레 광부처럼

기뻐해야 돼요. 얼싸안고 '아이고 오늘도 살았네.' 이러면서 펄쩍펄쩍

뛰어야 해요. 그러면 인생의 고민이 싹 다 해결됩니다.

  아침에 눈 뜨면서 '아이고, 일어나기 싫어.' 이렇게 아침부터 인상

쓰지 말고 '어. 나 살았네.' 이렇게 해야 해요. 살아 있음에 대한 기쁨

을 매일매일 자각하면 자기가 가진 것을 돌아보게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 삼아 108배 절을 하며 감사 기도를 해보세요.

  '나는 행복합니다.' , '부모님 감사합니다.'

  백일 동안만 이렇게 감사 기도를 해보면 생기가 좀 돌 거예요. 시들

어가는 식물에 물을 주면 이파리가 파릇파릇해지고 생기가 나듯이 마

음에 기운이 나고 정신이 살아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힘이에요. 나머지는 

부차적인 거라 할 수 있어요.

  걱정이 많으면 정신적인 힘이 자꾸 약해집니다. 정신적인 힘이 약해

지다 보면 매사가 불만스럽고 우울해져요. 정신적인 힘을 키우려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나는 행복하다, 감사합니다' 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정신적인 힘을 먼저 키워야 해요. 그러면 인생

에서 어떤 일이 닥쳐도 의연하게 대처해 나갈 수가 있습니다.

 

                                     엄마 수업     ---    법륜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