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윤선영 글, 홍자성 원문)-심심수양

사물의 형상에 집착하는 것도 이를 깨뜨리는 것도 모두 참된 것이 아니다

혜월(慧月) 2024. 12. 14. 10:37

 

*사물의 형상에 집착하는 것도 이를 깨뜨리는 것도 모두 참된 것이 아니다*

 

참된 공(眞空)은 공(空)이 아니니 사물의 형상에 집착하는 것도 참된

것이 아니며, 이를 깨뜨리는 것도 참된 것이 아니다. 부처님께 이를 

물어본다면 무엇이라고 답하실까? 아마 "속세에 있던 세속을 초탈하

던, 욕망을 좇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이요, 욕망을 끊는 것도 또한 고

통스러운 일이니, 우리가 스스로 몸가짐을 잘하는 데에 달려있는 것

이다."라고 하실 것이다.

 

후편 78장

眞空, 不空, 執相非眞, 破相亦非眞. 問世尊, 如何發付?

진공, 불공, 집상비진, 파상역비진. 문세존, 여하발부?

 

"在世, 出世, 徇欲是苦, 絶欲亦是苦, 聽吾儕善自修持."

"재세, 출세, 순욕시고, 절욕역시고, 청오제선자수지."

 

조금 어렵게 다가오는 구절입니다. 우선 공의 의미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이란, 불교의 기본 교리 중 하나로 모든 만물에 어떠

한 고정적인 실체가 없음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는 진공, 즉 참된 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공 자

체가 고정불변의 실체가 없음을 말하고 있는데, 이 자체를 다시 참

되다는 관념에 속박한다면 이는 결국 공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물의 형상에 집착하지도, 이를 깨뜨리지도 않아야 어떠

한 관념을 부여하지 않은 공 자체가 되는 것이죠.

그 다음 문장은 부처님께 이에 대해 물어보는 상황을 가탁한 것으로

실제 부처의 말씀은 아니고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부처의 입으로 설

명한 것입니다. 욕망을 좇는 것과 끊는 것 모두가 고통스러운 일로,

이는 자신의 몸가짐을 스스로 잘 단속하는 것에 달려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은 언제라도 남

기 마련입니다. 자신의 길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확

신이 있다면 이러한 후회를 줄일 수 있습니다. 어떠한 방향으로 가던

간에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채근담(홍자성 원문 윤선영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