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향적산
어제 밤 잠을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띵하다. 이런 날에는 산이 최고지. 마트에 들려 단팥빵을 사고(김밥집 앞에 차를 세울 수가 없어서...) 무상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열한 시가 다 됐다. 급할 게 없으니 꼼지락 거리다 늦었다.
산길은 초입이 힘들다. 땀이 좀 나고 몸이 뜨거워져야 오를만 하다. 그래도 힘들고 땀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가끔씩 나를 지나쳐 가는 사람들은 힘든 기색이 전혀 없어보인다. 내 체력이 약한 건가? 나이 탓도 있겠지? 향적산은 일년에 서너 번은 오른다. 길은 익숙하지만 오직 길만 보고 가는 지루한 산길이다.
정상 바로 아래 헬기장에 배낭을 벗어놓고 계룡산 모습을 보러 다른 등산로를 잠시 들려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이 산을 올때면 버릇처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여기는 먼 산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곳이다. 헬기장에서 정상까지는 320m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 정말인지는 모르겠다. 이정표랑 스마트폰 앱에서 알려주는 거리는 차이가 커서 못 믿겠다.
오늘 산길은 잘 정비가 된 길이라는 걸 누구라도 알 만 하다. 나무 계단들이 꼼꼼하게 맞춰지고 야자매트도 새로 깔아놓았다. 2월 하순에 들렸을 때는 진흙이 뻘처럼 신발에 덕지덕지 붙었었는데. 그리고 5월쯤 왔을 때는 길은 말랐어도 계단이나 맨흙길이 있었는데 지금은 잘 정비되어 있다. 무더운 날에 고생이 많았겠다. 그 고생으로 우리들이 이렇게 편안한 산길을 걷게 된 것이니 감사하다.
날씨가 흐렸다 맑아졌다를 반복하더니 정상에선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했다. 비라고 부를 만큼도 아니었지만... 땀을 흘리고 나니 흐릿하던 머리가 맑아지고 개운해졌다. 단풍이 시작되고 있고 억새가 피었다. 한여름의 그 무더위를 이기고 모두들 제자리를 찾아 한결같은 세상 이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아름다운 가을에 세상 모든 이들이 행복하기를... 어느 누가 내년 단풍을 장담할 수 있을까. 어느 누가 내년 은빛 한가로운 억새를 장담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저 이날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 뿐인 걸... 이런 아름다운 날에는 왜 사람들이 악착같이 오래 살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잡을 수 없는 걸 알아도 잡으려고 할 수밖에 없음을 알 것도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