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윤선영 글, 홍자성 원문)-심심수양

사실을 버리고 이치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혜월(慧月) 2024. 12. 28. 10:37

 

*사실을 버리고 이치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사물의 이치가 고요하면 사실 또한 고요하게 되니 사실을 버리고 이

치에만 집착하는 자는 그림자를 버리고 형체만 남게 하려는 것과 같

다.마음이 비어 있으면 이를 둘러싼 환경도 비어 있게 되니 환경을 버

리고 마음만 보존하려는 자는 비린내 나는 것을 모아두고 파리를 내

쫓으려는 것과 같다.

 

후편 95장

理寂則事寂, 遺事執理者, 似去影留形.

이적즉사적, 유사집리자, 사거영유형.

 

心空則境空, 去境存心者, 如聚羶却蚋.

심공즉경공, 거경존심자, 여취전각예.

 

 

옛날에는 선생님을 존경한다는 의미로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고 했습니다. 선생님의 모습을 비추는 그림자 또한 선생님과 동일하게 여

겨 함부로 밟지 않을만큼 스승을 존경했던 문화를 보여줍니다.

 

빛을 비추는 곳에 서 있으면 자신의 형체를 비추는 그림자가 나타납니다.

그림자가 비추는 것이 싫다면 빛이 없는 곳으로 가야 할 것이지, 자신의 형

체는 그대로 있으면서 그림자만 없어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비린 냄새가

나는 곳에는 온갖 벌레가 꼬입니다. 벌레가 모여드는 것이 싫다면 비린 음

식을 치울 것이지 음식은 그대로 놓아두면서 벌레만 내쫓으려할 수는 없습

니다.

 

사물의 이치와 사실, 자신의 마음과 이를 둘러싼 환경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마치 자신의 모습과 이를 비춘 그림자, 비린내 나는 음식

물에 모여드는 벌레들처럼 말이죠. 근원적인 요인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

러한 관계들 속에서 한쪽 상황만을 취사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위 구절은 

이와 같은 불가능하고 무모한 일을 그림자와 파리로 비유하여 알기 쉽게

설명하였습니다.

                                           채근담 - 홍자성 원문 윤선영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