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조물주가 만든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 군자는 조물주가 만든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
상대방이 부를 내세우면 나는 인으로써 대응하고, 상대방이 지위를
내세우면 나는 의로써 대응할 것이니, 군자는 진실로 임금이나 재상
이라고 해서 그 지위에 농락되지 않는다. 사람이 굳은 의지를 가지면
하늘도 이길 수 있으며 뜻을 한결같이 하면 기운도 움직이는 법이니,
군자는 또한 조물주가 만든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전편 제42장
彼富我仁, 彼爵我義, 君子固不爲君相所牢籠.
피부아인, 피작아의, 군자고불위군상소뇌롱.
人定勝天, 志一動氣, 君子亦不受造物之陶鑄.
인정승천, 지일동기, 군자역불수조물지도주.
자신보다 부귀하고 지위가 높은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레 움츠러들게
되고 그 사람에게 맞추게 됩니다. 신분이 높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입니
다. 공자의 제자 중 한 사람인 자로(子路)는 성격이 아주 용맹하고
적극적인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해진 솜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여우나 담비 가죽옷을 입은 자들과
나란히 서서 부끄러워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도 유(由)일 것이다.
위는 공자께서 자로의 성격에 대해 평가하신 말로 유는 곧 자로의
자(字)입니다. 자로는 작은 것에 개의치 않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다 헤진 솜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화려한 가죽
옷을 입은 선비들과 함께 나란히 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공자께서 말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부유함을 과시해도 인자한 성격으로 대응하고, 높은 지위나
신분을 내세워도 의로운 행동으로 맞선다면 비록 내가 지금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형편이더라도 비굴하게 굴 필요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재 내가 처한 안 좋은 상황에 대해 원망하거나, 이를 운명
이라 여기고 포기하기 보다는, 굳은 의지와 한결같은 뜻을 가지고
정진하면 보다 더 나은 삶이 우리를 향해 손짓하고 있을 것입니다.
채근담( 홍자성 원문 윤선영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