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장이 물었다.
"요임금이 천하를 순임금에게 주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
맹자가 대답하였다.
"아니다. 천자가 천하를 남에게 주지는 못한다. "
" 그러면 순임금이 천하를 차지한 것은 누가 준 것입니까? "
" 하늘이 준 것이다. "
" 하늘이 주었다 함은,
하늘이 자세한 말로 명령해 준것입니까? "
" 아니다. 하늘은 말을 하지 않는다.
행동과 하는 일로써 표현해 준다. "
" 행동과 일로써 표현한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
" 천자는 사람을 하늘에 추천은 할 수 있지마는
하늘로 하여금 그를 천자가 되도록 하지는 못한다.
제후는 사람을 천자에게 추천은 할 수 있지마는
천자로 하여금 그를 제후로 봉하도록 하지는 못한다.
대부(大夫)는 사람을 제후에게 추천은 할 수 있지마는
제후로 하여금 그를 대부로 삼도록 하지는 못한다.
옛날 요임금이 순(舜)을 하늘에다 추천했더니,
하늘이 이를 받아들였고,
그를 백성들 앞에 보여 주었더니, 백성들이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하늘은 말을 하지 않고 행동과 하는 일로써
그 뜻을 표현해 준다고 하는 것이다. "
"그를 하늘에다 추천하였더니,하늘이 그를 받아들였고,
그를 백성에게 보였더니, 백성들이 그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무슨 말인지 감히 여쭈어 봅니다. "
" 그로 하여금 제사를 지내게 하였는데,
모든 신들이 그 제사를 기꺼이 받았으니,
이것은 하늘이 그를 받아들인 것이고,
그로 하여금 나라 일을 보게 했더니 일이 잘 다스려지고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게 되었으니,
그것은 백성들이 그를 받아들인 것이다.
하늘이 그에게 천하를 주었고 백성들이 그에게 천하를 주었기 때문에,
' 천자는 천하를 남에게 주지 못한다'고 한다.
순(舜)임금은 요임금을 28년이나 도왔으니,
이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하늘이 그렇게 하게 한 것이다.
요임금이 돌아가시고 3년상을 지내게 되자,
순임금은 요임금의 아들인 단주(丹朱)가 그 자리를 차지하도록
남하(南河)의 남쪽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임금을 찾아 뵈러 오는 천하의 제후들은 요임금의 아들한테로
가지 않고 순임금에게로 왔고,
소송을 제기하는 자들도 요임금의 아들한테로 가지 않고
순임금에게로 왔으며, 덕을 찬양하여 노래하는 자들도 요임금의
아들을 찬양하여 노래하지 않고 순임금을 찬양하여 노래하였다.
그러므로 이것을 하늘이 시킨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된 뒤에 순임금은 중원으로 돌아와서 천자의 위에 오르고
요임금의 궁전에서 살게 된 것이다.
만약 순임금이 요임금의 아들을 핍박하여 천자의 자리에 올랐다면
그것은 찬탈이지 하늘이 준 것이 아니다.
태서(泰書)에
' 하늘을 보되 우리 백성을 통해서 보고,
하늘을 듣되 우리 백성을 통해서 듣는다. '고 한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
( 孟子 萬章章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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