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어린 왕자 20

혜월(慧月) 2018. 6. 2. 08:54






20





그러나 어린 왕자는 오랫동안 모래와 바위들과

눈 속을 헤매고 나서 마침내 길을 하나 발견했다.


그리고 길들은 모두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나 있는 것이다.


"안녕."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곳은 장미꽃이 만발한 정원이었다.

"안녕." 장미꽃들이 대답했다.


어린 왕자가 그들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다 자기 별에 두고 온 그의 꽃을 닮은 것이었다.


"너희들은 누구니?" 어린 왕자가 깜짝 놀라며 그들에게 물었다.

"우린 장미꽃이야."  그들이 대답했다.

"아,  그래?"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자 어린 왕자는 자신이 몹시 불행하게 느껴졌다.

그의 꽃은 이 세상에 자기와 같은 꽃은 하나도 없다고 늘 그에게 말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정원 한 곳에만 똑같은 꽃이 오천 송이나 피어 있는 게 아닌가!

'내 꽃이 이걸 보면 무척 속상할 거야......'


하고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아마 기침을 마구 해대며 창피한 꼴을 면하려고 죽는 시늉을 할지도 몰라.

그럼 나는 그를 간호해주는 척해야겠지.

그러지 않으면 내게 죄책감을 주려고 정말로 죽어버릴지도 몰라.........'


그리고 어린 왕자는 이런 생각도 했다.


'난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가진 부자인 줄만 알고 있었지.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가진 꽃은 겨우 평범한 장미꽃이군.


그리고 기껏 무릎까지 밖에 안 오는 화산 세 개.

그중 하나는 영영 꺼져버렸는지도 모르는데,

그 정도 가지고는 대단한 왕자가 되긴 틀렸어..........'


그래서 그는 풀밭에 엎드려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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