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쇠로 만든 침대 위에 사람을 눕힌 뒤에
크면 잘라서 죽이고, 작으면 늘려서 죽인 강도처럼
분별의 침대를 만들어 두면 세상을 거기에
끼워 맞추다가 죽는다. 세상을 판단할 기준,
의식의 침대를 치워버리면
아무 일도 없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쿠루스테스라는 강도는
강가에 있는 집에 쇠로 만든 침대를 갖다 놓고
날마다 지나가는 이들을 붙잡아 눕혀 본 다음,
그 사람이 침대보다 작으면 그만큼 늘려서 죽이고,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서 죽였다.
결국은 그 자신도 테세우스라는 이에 의해
그 침대에서 죽게 된다. 우리는 자기 의식 속에
고정된 선악, 옳고 그름 등의 분별을 세워 두고는
눈앞에 등장하는 모든 경계를 재단한다.
남편이 100만원을 벌어와야 한다고 기대해 놓고
거기에 못 미치면 괴로워한다.
아들이 5등 안에는 들어야 한다고 정해 놓고
10등을 하면 혼낸다.
자기 안에 쇠로 만든 견고한 분별의 침대를 갖다 놓고
세상 모든 것을 거기에 끼워 맞추려고 애쓰면서 괴로워한다.
침대만 사라지면 기준이 사라진다.
분별의 침대를 치워 버리라.
분별의 침대는 결국 자신을 죽게 만든다.
<눈부신 하루를 시작하는 한마디> 법상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