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성전

불교 성전 - 301

혜월(慧月) 2022. 2. 27. 20:12

 

불교 성전

제5편 조사 어록

 

제4장 참선에 대한 경책

 

보고 듣는 놈은 어디에 있는가

 

어떤 사람은 입만 열면 나는 선객(禪客)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어떤 것이 선인가?" 하고 물으면 어름어름

하다가 마침내 입을 다물고 마니,  이 어찌 딱한 일이

아니며 굴욕이 아니랴.  버젓하게 불조(佛祖)의 밥을

얻어 먹고 본분사(本分事)를 까맣게 알지 못하면서 

다투어 말귀나 세속 지식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떠들며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또 어떤 자는 부모에게서 낳기 전 본래면목은

찾으려 하지 않고,  두툼한 방석 위에 앉아 부질없이

품팔이 *방아나 찧으면서 복이 되기를 바라며

업장을 참회한다 하니, 도하고는 참으로

*십만 팔천리이다.

 

어떤 사람은 마음을 한곳으로 굳히고 생각을 거두어

사물을 보고 공(空)으로 돌리며 생각이 일어나면 곧 눌러

막는다.  이런 견해는 공에 떨어진 외도(外道)이며

혼이 돌아오지 않는 산 송장이다.   

 

어떤 사람은 망녕되이 성내고 기뻐하면서 보고 듣는 사물로써

명백히 알아마친 것을 삼고 일생 공부 다 마쳤다 하니,

내 잠깐 그런 사람에게 묻겠다.

"문득 죽음이 닥쳐와 불구덩이 속의 한줌 재가 되면,

성내고 기뻐하고 보고 듣는 놈은 어느 곳에 있는가?"

 

                      < 楚石,  示衆>

 

*방아를 찧다 : 졸고 있다는 표현.

*십만팔천리: 아득하게 멀다는 뜻,  즉 어긋난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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