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엄마 수업

"내가 알아서 할게" 하면 기뻐하라

혜월(慧月) 2022. 12. 2. 11:51

엄마 수업

 

제2장 부모 성품이 아이를 물들인다

 

*  "내가 알아서 할게" 하면 기뻐하라

 

아이들이 부모 말을 안 듣고 도대체 대화가 안 된다며 하소

연하는 엄마들이 있어요.

  "중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이 제 말과는 반대로만 하려 들

고 대화도 잘 안 됩니다.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면서 제 관심을

무조건 잔소리라고 치부합니다. 스님 법문을 들은 후, 어려서 부모님

의 이혼으로 아버지 사랑을 못 받고 자라면서 쌓아 온 원망 때문에 아

이들에게 제대로 못하는 건 아닐까 해서 수행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

만 여전히 아이들에 대해서는 집착을 놓기가 어렵습니다. 또 공부를

열심히 안 하고 게으른 모습을 볼 때면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만약 아이가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하면 부모는 기뻐해야 합니

다. 아이가 알아서 다 하면 부모가 짐을 덜잖아요. 그런데 부모는 왜

아이가 알아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할까요?

  부모들도 자신들의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서 한번 살펴봅시다. 그

시절에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극장에 영화 보러 가지 말라고 했는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래 보러 갔다가 걸려서 정학 당했던 아이들

이 있었어요. 어른들 시각으로 보면 문제아라고도 할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호기심이 왕성하다고 볼 수도 있어요. 그 옛날 소풍 가

서 술 먹고 기절해서 손수레에 실려 갔던 아이들도 지금 잘 살고 있습

니다. 

  어찌 보면 요즘 아이들이 그때보다 더 잘 먹어서 발육도 좋고 텔레

비전, 인터넷을 통해 보고들은 게 많아서 훨씬 더 조숙하다고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은 보고 들은 것을 그냥 따라 배우는 것이지 다른 뭔가

가 있는 건 아니에요.

  따라 배우기 잘하는 아이들은 남 핑계를 잘 댑니다. 절에서 사는 아

이가 새벽예불을 안 하기에 "왜 예불을 안 하니?" 하고 물었을 때 "아

이고,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아이는 없어요.

  "아무개 형도 안 하던데요."

  이런 식으로 아이들은 항상 누군가를 보고 핑계를 댑니다. 부모가

애들을 야단치면 말은 안 하지만 속으론 이렇게 대꾸합니다. 

  '그럼 엄마는?'

  아빠가 왜 늦게 들어오느냐고 야단치면 속으로 이럽니다.

  '그럼 아빠는?'

  "너 왜 엄마 말 안 들어?" 하면 속으로 이럽니다.

  '엄마는 아빠 말 들어?'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말과 행동을 다 보고 있기 때문에 야단을 치

면 항의하다가, 더 야단치면 휙 일어나서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아 버립

니다. 그러고는 엄마가 따라 들어올까 싶어 문을 잠가 버려요. 일종의

저항이에요. 힘이 있으면 같이 대들 텐데, 아직 힘이 없다 보니까 이런

방식으로 저항하는 겁니다.

  그러면 엄마는 분이 나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엄마 말도 안 듣고, 저 버릇없는 놈,"

  이렇게 혼자 씩씩대잖아요. 하지만 이렇게 충돌하면 할수록 교육 효

과는 없어집니다.

  엄마의 잔소리에 밀려 방에 들어가면 아이가 책상에 앉아 공부할까

요? 침대에 벌렁 누워서 한숨을 쉬거나 음악을 틀어 놓거나 컴퓨터를

합니다. 공부하고는 거리가 멀어져요.

  사실 엄마가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은 엄마 생각이 투영될 때가 많습

니다. 아이가 계속 공부하다가 잠시 내려와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엄

마가 외출했다가 그 모습을 봅니다. 그러면 난리가 나지요. 공부도 안

하고 게임만 한다고 야단치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하루 종일 게임만

하다가 엄마가 올 때쯤 방에 가서 공부하는 척하고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이것을 봐도 자녀 문제는 사실은 자녀의 문제가 아니고 부모가 시선

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자기 성

찰을 해야만 자녀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스님, 우리 애를 만나서 상담 좀 해주세요."

  많은 부모들이 이렇게 요청하지만 거의 안 합니다. 사실 아이들은

상담하면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어른들보다 훨씬 쉽게 고쳐

집니다.

  그러나 아무리 아이를 고쳐 놔도 부모가 있는 가정환경으로 돌아가

면 다시 원래 모습을 보이고 맙니다.  결국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거

예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말씀 좀 해주세요, 스님."

  "무슨 좋은 말을 해줍니까?"

  "스님께서 항상 좋은 말씀 해주시는거 있잖아요."

  엄마들에게 남편 말 잘 들으라고 이야기하듯이, 아이에게도 엄마 말

잘 들으라고 얘기해 달라는 거예요.

  엄마가 원하는 것은, 엄마가 "공부해라" 그러면 아이가 "예" 하고 선

선히 대답하고 따라주기를 바라는 거예요.

  하지만 아이와 상담할 때는 아이 편이 돼서 아이에게 제일 좋은 선

택의 길을 열어 줘야 합니다. 공부가 너무 하기 싫고, 심지어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는 아이에게 엄마의 바람대로 "공부해라" 고하면 아이

에게 도움이 될까요? 아이는 심각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데 엄

마가 원하는 대로 공부만 하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아이의 인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면 엄마의 욕심대로 이야기

해 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상태가 심각하면 "공부고 뭐고

당장 휴학해라." 그 자리에서 말합니다. 그러면 부모는 한창 공부해야

할 아이에게 공부를 그만두고 쉬라고 했다고 펄쩍 뛰는 거예요.

  이것은 정말로 아이의 인생을 생각하는 부모 마음이 아닙니다. 아이

가 남과 같은 인생을 살지 않는다고, 거기에만 매달려서 아이가 죽을

지 살지도 모른 채 아이를 벼랑 끝으로 밀고만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를 상담해 봐야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더

구나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하고 부모의 뜻대로 조정되는 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요. 

  아이가 스스로 주인이 되지 못하고 그 뒤에 주인이 따로 있으므로 

상담은 아무 소용이 없지요.

 

                                                 엄마 수업 ------- 법륜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