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본 돈암서원 코스모스는 비바람에 이리저리 쓰러져있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서원 앞을 빼고는 모두 쓰러졌고 꽃들은 아직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은 어떨지 궁금해서 들려봤다.
코스모스는 쓰러진 자세대로 하늘을 향해 꽃들을 정돈하고 있었다. 키 큰 코스모스에서 난장이 코스모스로 변신한 것 같았다. 비바람에 쓰러져 맨땅이 드러났던 곳에도 꽃들이 빼곡하게 채우고 이슬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에도 화사하게 춤추며 반겨 준다.
맞아... 이게 세상이지.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거지. 쓰러져 볼품없어도 꿋꿋하게 꽃대를 밀어 올려 너나 없이 꽃을 피우니 이렇게 아름다운 거 아니냐! 코스모스는 한 송이만 있어도 예쁜데 이렇게 밭을 꽉 채우니 어떻게 아름답지 않겠냐고... 게다가 이름마저 코스모스(영어사전:우주, 질서)아닌가. 비바람에 쓰러져서도 꿋꿋이 꽃을 올린 그 정성이 어디냐! 비록 넘어져 볼품이 없었지만 모두 함께 꽃을 피워낸 지금은 얼마나 아름다우냐. 한 무리를 지어 피운 꽃밭, 지금은 아름다워도 꺽이고 부러질 지경에도 힘내서 살았다. 꽃이 이런데 사람인들 다르랴... 지금 힘들어 주저 앉아 있더라도 언젠가 꽃처럼 피워낼 희망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 코스모스에 우주가 있다면 사람에게도 더 큰 우주가 자리하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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