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스크랩] 발 씻은 물은 마실 수 없다.

혜월(慧月) 2017. 5. 9. 20:35

발 씻은 물은 마실 수 없다.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중아함경(中阿含經),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 등을 보면 부처님의 아들 라훌라는 출가 후에도 거동이 거칠고 거짓말을 잘하는 버릇이 있었다 한다.

  부처님이 왕사성의 죽림정사에 있었을 때, 라훌라도 그 근처의 온천 가까이 숲속에 살고 있었는데, 누가 와서 부처님이 있는 곳을 물으면 늘 거짓말을 하여 공연히 사람들을 이리 저리로 피곤하게 다니게 하는 버릇이 있었다 한다. 그와 같은 일이 매우 빈번(頻繁)하였기 때문에 그 말이 석존(釋尊)의 귀에도 들어갔다. 어느 날 부처님은 온천림(溫泉林)으로 그를 찾아갔다. 멀리 부처님이 오는 것을 보고 라훌라는 가서 마중하여 그 의발(衣鉢)을 받고 물을 떠서 부처님의 발을 씻어 드렸다.

  발을 씻은 뒤 마련된 자리에 앉은 부처님은 라훌라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너는 발 씻은 물을 마실 수 있느냐 없느냐?

  마실 수 없습니다. 이 물은 원래 맑고 깨끗하던 것인데 이제 발을 씻어서 더러워졌으므로 마실 수가 없습니다.

  그때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훈계하였다고 한다.

  너도 그와 꼭 마찬가지다. 내 아들로서 왕손(王孫)으로 태어나 속세의 영화(榮華)를 버리고 사문(沙門)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정진(精進)해서 몸을 닦고 입을 지킬 생각을 안 한다. 그와 같이 삼독(三毒)의 더러움이 네 가슴속에 충만(充滿)한 것이 마치 이 물과 같아서 다시 쓸 수 없는 것이.

  부처님은 라훌라에게 그 물을 버리게 하고 말씀하기를, 너는 이 그릇에 음식을 담을 수 있느냐?

  아닙니다. 그릇이 벌써 부정한 물 때문에 더럽혀졌으므로 음식을 담기에 알맞지 않습니다.

  너도 또 그와 같으니라. 사문이 되었다고 하지만 입에 성실함이 없고 마음에 정진함이 없으면 마치 그릇이 부정한 불로 더럽혀진 것과 같다.

  부처님은 발가락으로 그 대야를 밀어 보냈다. 그 대야는 땅으로 떨어져 굴러가다가 그냥 멎었다.

  부처님은 그 장면을 가리켜 다시 라훌라에게 이렇게 말씀하였다.

  너는 이제 그 그릇이 굴러가는 것을 보고 그 그릇이 깨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느냐?

  발을 씻는 그릇은 그 값이 매우 쌉니다. 마음속에 아까운 마음은 있을지 몰라도 깨지는 것을 그렇게 안타까이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부처님은, 너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설사 사문이 된다 할지라도, 몸가짐을 닦지 않고 쓸데없이 거짓말을 농()하고 세상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이 많으면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지혜 있는 사람도 이것을 아끼지 않는다. 마치 그릇이 땅에 떨어져 굴러가다가 깨지고 마는 것과 같다. 미혹의 세계들을 전전(轉轉)하는 그 고뇌(苦惱)야말로 한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부처님의 훈계(訓戒)가 얼마나 준엄(峻嚴)한 것인가 하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부처님은 자비(慈悲)의 권화(權化). 그러나 그 육친(肉親)의 아들에 대한 교화(敎化)는 유례없을 정도로 격()된 자애(慈愛)의 교훈인 것을 알 수 있다.

  라훌라는 이 말씀을 듣고 깊이 느끼는 바 있어 스스로 권려(勸勵)하여 도()를 잊지 않고 몸가짐을 엄격하게 하며 인욕을 하는 마음 품기를 마치 대지(大地)와 같이 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출처 : 나무아미타불
글쓴이 : 귀일 윤기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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