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성품, 법은 생각으로 헤아릴 수 있는 이해의 대상이 아니다.
'뜰 앞의 잣나무' 같은 화두는
생각이 길을 잃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화두를 생각으로 이해하고 탐구하면 진리와는 멀어진다.
화두 앞에서 꽉 막혀 꼼짝 못한 채
'모를 뿐'의 벽 앞에서 버틸 뿐...
불법(佛法)을 공부할 때는
말과 언어를 방편으로 사용하여 법을 드러내지만
말 속에 진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말의 뜻을 따라가지 마라.
오히려 생각이 오도 가도 못하도록 딱 끊어졌을 때 법은 드러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생각으로 법을 헤아린다.
'진리가 무엇입니까?' 하는 질문에
선에서는 '뜰 앞의 잣나무'라고 하거나,
할(喝)이라고 소리 지르고,
손가락을 하나 들어올린다.
이는 모두 말고 생각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그 화두 속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머리로 탐구하려는 습관이 발동한다.
혹은 뜰 앞에 있는 잣나무라는 사물을 연구한다.
그러면 법은 볼 수가 없다.
다만 화두 앞에서 꽉 막혀 방법도 없고,
어찌 해볼 도리도 없이 꼼짝달싹 못한 채
그 '모를 뿐'의 벽 앞에서 버텨야만 한다.
모른 채 버티고 버티다 보면 문이 열린다.
<눈부신 하루를 시작하는 한마디> 법상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