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용어및 예절.

우란분재란 무엇인가

혜월(慧月) 2021. 7. 11. 21:10

 

우란분재란 무엇인가

 

음력 7월 15일은 불가에서는 대단히 뜻 깊은 날이다.

3개월 동안 일절 외부 출입 없이 선방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참선 정진하던 납자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만행길에 오르는 

하안거(夏安居) 해제날이자,  돌아가신 부모며 조상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우란분절(盂蘭盆節)이기 때문이다.

이 우란분절에 스님들이나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며 

조상들의 왕생을 기원하는 법회를 우란분재라 한다.

 

중국에서 찬술된 [우란분경] 盂蘭盆經 에는 부처님의 십대제자

중 신통력이 가장 뛰어난 목건련(目建連) 존자의 극진한 모친 

사랑 이야기가 실려 있다.    목건련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귀도(餓鬼道)의 고통에서 어머니를 구원하기 위해 부처님께

청하고 그 가르침에 따라 어머니를 구했다는 이야기이다.

 

목건련의 어머니는 미신을 믿고 축생을 함부로 죽여 귀신에게

바치고,  출가 사문을 비방하며,  바른 인과의 도리를 믿지 않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 저 세상으로 가 버렸다.     효심이 

지극한 목건련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신통력으로 천상계와

인간계를 두루 살펴보았으나 어머니 모습을 찾을 길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지옥계를 돌아보았는데,  거기서 아귀도의 굴레에

묶여 고통당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귀란 배는 

남산만큼 큰데 입은 바늘구멍만큼 좁아 배가 고파도 음식을

넘기지 못하고 아우성치는 중생을 말한다.

 

생각다 못한 목건련이 음식을 장만해서 지옥계로 내려가 어머니를

먹이려 했으나,  순간 갑자기 그 아귀도의 고통을 받는 어머니 입에서

불길이 솟아 나와 준비해간 음식을 깡그리 태우고 말았다. 

목건련은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그러한 사태에 직면해서 별도리가

없음을 직감하고 부처님께 도움을 청한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일렀다.

 

[네 어머니의 죄가 너무 커서 너의 신통력으로도 구제할 방도가 없다.

한 가지 방법이 있으니,  그것은 출가 사문들이 하안거를 마치고

자유로운 수행에 들어가는 음력 7월 15일에 시방의 여러 사문들을

초청해서 진수성찬과 그해에 농사지은 신선한 햇과일로 공양하면,

그 공덕으로 인해 일곱 생 동안의 선친과 현세의 부모들이 모두

재앙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뿐 아니라 현세의 부모들은 장수와

복을 누리게 된다.]

 

이 말씀을 듣고 목건련이 스님들께 공양을 올려 어머니를 아귀도에서

구해내게 된다.

 

이 우란분경의 가르침에 다라 오늘날도 사찰에서는 돌아가신 

선조들을 천도하는 우란분회를 열고 있다.  우란분회의 산스크리트어는

'거꾸로 매달려 있다' 는 뜻의 울람바나(ullambana)로서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고통'으로 해석된다.

 

또 지옥을 의미하는 나락(奈落, naraka) 과 관련하여 "다리를 위쪽으로

하고, 머리를 아래쪽으로 한 채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경전의 게송

(偈頌)도 있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우란분회는 거꾸로 매달려

있는 고통,  구체적으로 말해서 지옥의 고통 속에서 아우성치고 있는

사자를 구원하기 위해 행하는 법회로 정의 되기에 이르렀다.

 

우란분재는 다른 말로 백중(百衆) 또는 백종(百種), 중원(中元)이라 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인 민속 명절로 자리 잡아 왔다. 이 백중날이

일년 365일 가운데 정 가운제이기 때문에,  이를 중원이라 했던 것이다.

 

백종이라는 말은,  100가지 음식을 찰 놓고 불. 법. 승 삼보께 공양을

올려 저 세상으로 간 조상님들이 좋은 세상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법회라는 데서 나온 말이다.  여기서 백중천도(百衆薦度)라는 말이 나왔다.

백중천도 때는 지장보살이 지옥세계에 머물면서 지옥중생을 구원하기

때문에 지장보살 정근을 한다.

 

백중천도가 오늘날 우리들에게 주는 의미는 앞서 저 세상으로 가신

조상님에 대한 천도뿐만 아니라 목건련의 효행을 본받아 부모님에 

대한 효도의 마음을 간직해야 된다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돌아가신

조상을 천도시켜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살아 계신 부모님을 지극 정성으로 받들어 모시고 편하게 해 드리는 

일이 그보다 더 중요하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이러한 백중날을 백성들이 가무와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축제의 한 마당으로 열어 놓았었다.

신라 시대부터 이러한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조선 시대에는

사월초파일인 연등일고 더불어 2대 명절로 자리 잡았다.

 

이날은 보통 힘들게 일한 농부며 일꾼들의 잔칫날로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에는 그들 노동자들의 축제의식은 사라지고 앞서 간 조상님들의

천도재로 그 규모가 축소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앞으로는 살아

계신 부모님에 대한 효심을 기리는 날로서는 물론이거니와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축제날로 한층 확대되어 가기를 고대해 본다.

                                 

                                   유쾌하게 읽는 불교에서(고명석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