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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 법고, 목어, 목탁, 운판,죽비

혜월(慧月) 2021. 7. 18. 20:57

 

범종

사찰의 해탈문에서 약간 떨어진 측면에 종각(鐘閣) 혹은 범종각

(梵鐘閣)이라고 하는 조그마한 당우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종각에는

범종과 더불어 법고(法鼓), 운판(雲版), 목어(木漁)가 달려 있어

아침저녁 예불 때나 중요한 의시긍ㄹ 거행할 때 이것들을 차례대로

치면서 사찰을 청정하게 하고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일깨운다.

 

이 네 가지는 불교의 중요한 의식구로서 사물(四物) 혹은 사법위기

(四法爲器)라 한다.  사물을 치는 순서는 아침 예불 시 법고, 목어,

운판, 범종 순으로 진행한다.

 

사물 중에서 모양에서나 소리에서 가장 으뜸가는 것은 범종이다.

범종의 범梵은 숭고한 진리의 세계 혹은 거룩하고 신성한 공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범종은 단순한 종이 아니라 숭고하고 신성한 종이다.

범종은 큰 종인 대종과 자그마한 종인 소종으로 나뉜다.  대종은 종각에

매달아서 치고 소종은 법당 안이나 법당 인근의 요사채 마루에 매달아

두는 장치를 마련하여 거기에 종을 매고 친다.

 

애초에 종을 치는 의미는 새벽에 사찰의 대중을 깨우거나 모으기 위함,

또는 불교 의식에 임하는 대중들의 마음을 선정에 들게 하는 데

있었다.    요즘은 아침저녁 예불이나 특별한 의식 때 타종한다.  

특히 도량석 목탁 소리가 끝난 다음 작은 종을 쳐서 산사의 대중들을

깨우는데,  그때 종을 치면서 범패로 창하는 것을 쇳송이라 한다.

 

그 쇳송의 내용은,  지옥중생으로부터 천지간에 있는 모든 중생들이

지옥의 고통과 온갖 번뇌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도록 하자는 것이다.

쇳송의 아침 게송은 다음과 같다.

 

[원컨대 이 종소리가 널리 두루 법계에 퍼져 철퇴로 둘러싸인 어두운

지옥세계를 모두 밝게 하고 삼악도의 괴로움을 떠나 칼산으로 된 

지옥 세계를 모두 파괴하여 일체 중생이 모두 정각을 이루도록 하옵소서.]

 

쇳송이 그친 다음,  사물이 그 순서에 따라 제 울음을 토해낸다.

이 사물 가운데 맨 마지막에 치는 종이 대종이다.

보통 우리나라 절에서는 아침에는 28번 범종을 치고 저녁에는 33번 친다.

 

28번 치는 이유는 욕망이 지배하는 욕계(欲界) 육천(六天),  욕망은 

벗어났지만 모양에 사로잡혀 있는 색계 18천(色界 18天),  모양마저 

벗어나 있는 무색계 4천(無色界 四天),   모두 28천 하늘나라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것이다. 

 

저녁에 33번 치는 것은 땅에 속한 제일 높은 하늘을 도리천이라 하는데,

이 도리천을 이름하여 33천이라 하므로 도리천까지 이땅의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결론적으로 말해 범종을 치는 의미는 지옥으로부터 천상의 모든

중생들에 이르기까지 번뇌를 껄쳐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여 고요히

삼매 속으로 침잠케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사물 가운데 범종의 특수

영역을 구분해서 지옥 중생을 구제하는 데 있다고도 한다.    참고로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처럼 1월 1일에 제야(除夜)의 종을 치는데,  

모두 108번을 친다.  108번뇌를 없애기 위해서다.

 

'쿠우웅', '쿠우웅' 하며 울려나오는 번종 소리,  그 음향은 천지 사이에서

진동한다.  너무나도 그 소리가 신이하고 그윽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그윽한 삼매에 빠져들게 하다.  특히 성덕대왕 신종, 일명 에밀레종은

신라 종의 정수이며 우리 종의 대표로서 거론된다.  소리뿐만 아니라 

거기 새겨져 있는 비천상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법고

법고는 종각에 매어 달고서 아침저녁 예불 시나 수행 정진을 붇돋으려는 

특별한 의식 때 친다.  그래서 흔히 법을 전하는 것을 일러 '법고를 울린다'

고 말한다.  진리의 북소리가 둥, 둥, 둥 세간에 퍼지듯이 그렇게

진리의 말씀인 불법이 전해지는 모습을 소리에 비유한 것이다.

 

[법화경] 서품에도 번뇌와 망상 또는 집착과 오욕의 마군을 없애는 

설법을 할 때 북을 친다고 설한 예가 보인다.  이렇게 북소리는 장중하고

무거워 부처님의 사자후와 같다.  또 중생들이 불법을 따라 온갖 번뇌를

없애는 것은 마치 진을 치고 있던 군사들이 북소리에 따라 전진하여

적군을 무찌르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각 영역별로 나뉜 사물의 관장 분야에 따르면,  법고는 축생을 구원하기

위해 친다고 한다.  법고를 칠 때는 두 개의 북채로 마음 심(心)자를

그리면서 위로 아래로 변화무쌍하게 두드린다. 그 소리가 마음을 

고동치듯 '둥, 둥, 둥' 울려 퍼진다.

 

목어

목어는 통나무의 외형을 잉어 또는 용의 모양으로 조각하여 아래의

복부를 파서 공간을 내고 그곳을 채로 치도록 만든 것이다.  

원래 중국의 선원에서 아침 죽 먹을 때와 밥 먹을 때를 알리던 것이다.

 

목어가 대부분 잉어 모양을 하고 있는 것에는 특별한 의미가 숨어있다.

대개 물고기는 밤에도 항상 눈을 뜨고 있다.  이러한 물고기처럼 수행자도

자지 말고 열심히 도를 닦으라는 뜻에서 혹은 게으른 수행자을 경책하기

위해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물 가운데서 목어가 

맡고 있는 특수한 분야는 물속에서 떠도는 외로운 영혼을 제도하는 것이다.

 

목어와 관련하여 우리가 절에서 제일 많이 보는 것이 목탁(木鐸)이다.

목어가 후대로 내려오면서 둥글게 변형되어 오늘날처럼 목탁이 되었던 

것이다.  목탁은 염불이나 독경 그리고 여러 사람의 음성을 조절하고

박자를 맞추는 데 사용한다.  

 

이 밖에 새벽에 깊은 잠을 깨우는 경종이나 신호하는 기구로 쓰이며,

공양 시간과 회의 시간을 알리고,  울력할 때의 신호음으로 쓰이기도 한다. 

흔히 세상을 바르게 이끄는 사람이나 단체를 가리켜 목탁과 같다고 한다.

목탁이란 일체 중생에게 부처님의 법음을 일깨워 줌으로써 번뇌를 여의고

해탈을 성취하라는 뜻에서 사용되는 불교의식구이기 때문이다.

 

법당이나 불탑의 처마에 달려 바람에 따라 그윽한 소리를 내는 풍경(風磬)

또는 풍탁(風鐸)도 이 목어의 의미와 관련이 깊다.     풍경의방울에는 

물고기가 달려 있어 바람에 풍경이 흔들리면서 소리를 낸다.

잠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수행자는 잠을 줄이고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여기에도 담겨 있다.

 

운판

금속판으로 구름 모양을 만들어 치는 타악기의 일종이다.  

판의 모양이 구름 같다고 해서 운판(雲版)이라 한 것이다.  판 위에는 

보살상이나 '옴 마니 반메 훔' 등의 진언을 새기기도 한다.

 

애초에 이 운판은 중국의 선종 사찰에서 부엌이나 식당에 매달아 놓고

대중들에게 식사 때를 알리기 위해서 쳤던 것이라 한다.   일설에 의하면

구름 모양으로 만든 것은 구름이 비를 머금고 있기 때문에 불을 

다루는 부엌에 걸어 두고 화재를 막지 위한 주술적인 목적에 있었다고

한다.    고려시대에 공양 간에서 많이 사용하였으나 차츰 사물의 

하나로 바뀌어 조석 예불 때 치는 의식법구로 변하였다.  

 

사물 각각에 따른 운판의 특수한 영역은 공중을 날아다니는 날짐승이나

허공을 헤매는 외로운 영혼을 제도하는 데 있다.

 

새벽 산사의 아침 예불이나 저녁 예불 시 이러한 사물들이 제각기

울음을 토해내는 가운데 스님을 비롯한 여러 대중들이 예불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누구든지 사찰에 가면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거나

함께 참여할 수 있다.  그러면 마음이 한결 그윽하고 평화로워질 것이다.

 

이러한 사물이나 목탁 풍경 외에 선방에서 사용하는 죽비(竹篦)라는 

도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통대나무를 갈라서 만든 것인데,

좌선이나 발우(스님들이 공양할 대 사용하는 그릇) 공양 시에 신호를 울려

시작 또는 끝을 알려 주는 것이다. 오른손으로 손잡이 부분을 잡고

갈라진 부분을 왼손 바닥에 쳐서 '착' 소리를 낸다.

 

                       < 유쾌하게 읽는 불교 > 고명석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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