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최강록)

두 마리의 개

혜월(慧月) 2024. 2. 17. 10:21

 

오히려 자존감이 높아지는 부러움의 마법

 

주인의 선택에 의해 사냥개가 된 개와

집 지키는 개가 된 개의 이야기

 

*두 마리의 개*

어떤 사람이 개 두 마리를 길렀습니다. 둘 다 잘생기고 용감

했습니다. 주인은 그중 한 마리를 사냥개로 키웠습니다. 밖

에 데리고 나가 사냥하는 법을 가르쳤고, 사냥할 때마다 데

리고 다니며 유능한 사냥개가 되도록 조련했습니다. 또 다

른 한 마리는 집 지키는 개로 키웠습니다. 집 안에 살면서 

주는 밥 먹고 도둑이 들어오지 못하게 감시만 잘하면 됐습

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냥개는 더욱 용맹스러워졌으나 집 지키

는 개는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사냥개

는 자신은 매번 산과 들을 힘들게 뛰어다니며 열심히 사냥해

꿩과 토끼와 노루 등 짐승을 잡아오는데 반해, 집 지키는 개는

한가로이 낮잠이나 자면서 어슬렁거리는 게 못마땅했습니다.

  주인은 자신이 애써 사냥해온 고기 중 한 덩어리를 떼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 있던 집 지키는 개에게 먹으라고 던져주

기까지 했습니다.

  '이거 너무 불공평한 거 아냐? 너 녀석이 한 게 뭐 있다고 고

기를 나누주느냔 말이야.'

  하루는 사냥개가 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는 집 지키는 개에게

다가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 네가 뭘 했다고 내가 사냥한 고기를 먹는 거냐?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니? 할 말 있으면 어디 해봐!"

   그러자 집 지키는 개가 사냥개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왜 내게 소리를 지르고 그래? 내가 집 지키는 개가 된 건 주인

님이 그렇게 시켰기 때문이야. 너도 주인님 때문에 사냥개가 된 

거잖아? 주인님이 나에게 사냥을 가르쳤더라면 내가 사냥개가

되었을 거야. 너에게 집을 지키라고 했으면 네가 집 지키는 개가 

되었겠지. 그러니 나를 원망하지 말라고. 따지려면 주인님께 가

서 따지도록 해. 나에게 너처럼 열심히 사냥하지 않고도 뒹굴뒹

굴하면서 남이 사냥한 맛있는 고기를 먹고 살도록 가르친 건 

주인님이니까."

 

#사냥개와 집 지키는 개의 삶#

이 이야기는 교육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자녀를 교육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훈을 주고 있죠. 매일 산과 들로 데리고

나가 사냥하는 법을 가르치면 사냥 잘하는 개가 되고, 빈둥거리면

서 집이나 지키게 하면 집만 지키며 사는 게으른 개가 됩니다. 어

떤 개가 될지는 주인이 어떻게 하기에 달린 겁니다.

  자녀 교육도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가르쳐서 한

분야에 뛰어난 실력을 갖추게 해,먹고살 길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

들어가는 존재가 되면 독립적인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반면 삼시 세끼 꼬박꼬박 밥을 주면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채

놀고 먹어도 되게끔 가르치면,성인이 되어서도 무위도식하는 건달

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남에게 의존하며 사는 인생이

됩니다.

  이솝이 기원전 6세기 후반 고대 그리스에서 활동했던 사람이라

는 점을 고려하면 이 우화가 교육 목적으로 읽혔다는 걸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2,600년 전 이야기니까 현재와는 많은 차이가 있

죠. 그렇더라도 교육에 대한 부모의 생각과 열정이 자식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해도 자녀를 열심히 일하는 

독립적 인간이 되도록 가르쳐야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게으름뱅

이가 되도록 가르쳐선 안 된다는 겁니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독립적 인간은 타인도 돌보고 사회에

유익을 끼치는 이타적인 삶을 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자기 밥벌

이도 하지 못하면서 남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타인을 돌

볼 여유도 없고 사회에 유익을 끼칠 여력도 없습니다. 목표도 의지

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사는 삶입니다.

   그런데 우화를 좀 다른 각도에서 읽어 보면 흥미로운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냥개와 집 지키는 개는 자신의 앞날을 스스로 선택

한 게 아닙니다. 주인이 정한 겁니다. 너는 사냥을 해라, 너는 집을

지켜라, 하고 말이죠.

  둘 다 똑같은 기질과 재능을 가졌다면 선택은 무작위로 이뤄진

것이니 운명론입니다. 부모의 무작위 선택으로 자녀에게 각기 다

른 교육 기회가 주어지고 그에 따라 앞날이 결정되는 셈입니다. 개

인의 자유의지나 도전정신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마다 다른 기질과 재능을 가진 걸 주인이 알아보고 한

마리는 사냥개로,다른 한 마리는 집 지키는 개로 구별되어 길러졌

다면 그리고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에 충실해 주어진 능력을 충분

히 발휘하며 살았다면 누굴 원망할 일도 후회할 일도 없습니다.잘

된 것이죠.

  부모가 자녀의 기질과 재능을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발견하고

파악해 그에 걸맞게 교육하고 능력을 발휘하며 살도록 해주는 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내 삶의 운명은 누군가에 의해 이미 결정된 거라고 믿는 운명 결

정론이든 내 삶은 내 의지와 능력으로 얼마든지 개척하고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는 운명 개척론이든, 현재 내 삶의 조건과 환경은

이미 주어져 있습니다.과거보다 미래가 중요한 것이죠.그래서 현

실을 대하는 태도를 봐야 합니다.

  사냥개와 집 지키는 개를 관찰해보십시오. 사냥개는 열심히 살

고 있지만, 무위도식하는 개를 비난합니다. 은근히 부러워하는 것

처럼 보입니다.나는 죽어라 일하며 먹고 사는 데 남들은 한량처럼

놀고먹는 걸 보면 속상합니다. 세상이 불공평하게 느껴집니다. 한

편으론 나도 저렇게 팔자 좋게 살고 싶기도 합니다.

   집 지키는 개는 어떨까요? 용감하게 종횡무진 활약하는 야성미

넘치는 사냥개가 부러울까요? 그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화 속

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무기력할 뿐입니다.

 

#자존감이 높아지는 부러움의 마법#

의욕도 의지도 열정도 호기심도 목표도 없는 사람은 부러운 것도

없습니다. 누군가가 부럽다는 건 그처럼 되고 싶다는 것이고, 그처

럼 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본다는 겁니다. 자신의 현실을 분명히 인

식하고 앞날에 대한 기대가 있을 때 부러움이 생깁니다.

  '부러움(envy)'을 심리학에선 본인은 욕망의 대상을 가지고 있

지 않지만 상대방이 가지고 있을 때 느껴지는 괴로운 감정이라고

합니다. 사람 외에도 물건, 단체, 능력, 외모, 집안 등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감정이죠.

  부러움은 자신이나 타인이 가지지 못한 대상과의 비교를 통해

도출됩니다.가난한 사람만 부자가 부러운 건 아닙니다. 많은 재산

때문에 불안하고 집안에 분란이 끊이지 않는 사람은 가진 것 없이

홀가분하게 사는 가난한 사람이 부러울 수 있습니다. 휘황찬란한

궁궐에서 호의호식하는 왕자가 자유롭게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거

지가 부러울 수 있는 겁니다.

  사냥개가 매일 힘들게 사냥하지 않아도 편하게 먹고살 수 있는 

집 지키는 개가 부러울 수 있듯, 집 지키는 개 역시 마음껏 산과 들

로 쏘다니며 용맹스럽게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개가 마냥 부러울 수 

있습니다. 부러움은 상대적인 겁니다.

  질투와 부러움은 뭐가 다를까요? 질투는 내가 갖지 못한 걸 가

진 상대방을 미워하면서 깍아내리려는 마음입니다. 상대방의 불행

을 바라는 것이죠. 그도 나처럼 가진 걸 잃어버리길 바랍니다. 부

러움은 내가 갖지 못한 걸 가진 상대방을 선망하는 마음입니다. 상

대방의 불행을 바라기보다 나도 그걸 가짐으로써 행복해지길 바랍

니다. 파괴가 아닌 창조입니다.

  나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가 있을 때 그가 나보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거나 괴롭히는 건 질투입니다. 그러나 나도 그 친

구처럼 공부를 잘하려는 마음으로 같이 공부하자고 하거나 나를 

좀 도와달라고 하면서 열심히 공부해 그 친구만큼 공부를 잘하게

되는 건 부러움입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야." 우스갯소리로 많이 하는 말입니다. 이 말

의 속뜻은 나와 남을 비교해 내가 열등하다고 느껴 상대방에게 질

투심을 갖으면 그 자체로 나는 이미 패자임을 인정하는 것이고 그

로 인해 괴로움을 겪을 테니 불행해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질투 아닌 선망 혹은 갈망으로서의 부러움이라면 얼마든

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부러움의 대상을 바라보

며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죠. 그렇게 되

는 걸 목표로 삼고 열심히 배우며 땀 흘려 성장의 기회로 삼는 겁니다.

   이렇듯 부러움을 긍정적으로 내면화하면 오히려 자존감이 높아

집니다. 에너지가 솟는 것이죠. 그러면 바라던 걸 얻거나 최소한

그것에 가까워짐으로써 행복을 느낍니다. 부러움의 대상이 생겨야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의지와 열정이 솟아납니다. 그러니 부러

우면 지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겁니다.

  제가 두 마리 개의 주인이라면 얼마간 서로의 역할을 바꿔서 시

켜볼 것 같습니다. 사냥개는 집을 지키게 하고 집 지키는 개는 사

냥터로 내보내는 것이죠.

  산과 들로 마음껏 쏘다니며 사냥하던 개가 집에 쪼그리고 앉아

주는 밥만 축내고 있으려면 온몸이 찌뿌듯하고 몸살 날 지경이 될

겁니다.집 지키는 개가 부럽지 않겠죠.산과 들이 그리울 테니까요.

   집 지키는 개 역시 안 하던 일을 하려니 고역일 겁니다. 마구 뛰

어다니며 꿩과 토끼를 잡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죠. 온몸이 쑤시고

아플 게 뻔합니다. 사냥개가 전혀 부럽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나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뒤 두 마리 개가 만나면 아마

이런 대화를 나누지 않을까요?

  "며칠 집을 지켜보니 도저히 못하겠더라. 매일 집을 지키는 네가

참 대단하다. 부럽다."

   "나도 그래. 온몸이 뻐근해 죽겠다. 사냥 잘하는 네가 정말 대단

하다고 느꼈어. 부러워.,"

  상대방의 장점을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것, 아름다운 부러움 아

닐까요?

 

**질투 아닌 선망 혹은 갈망으로서의 부러움이라면 얼마든지 긍정

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부러움의 대상을 바라보며 나도 저렇

게 될 수 있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다. 그렇게 되는 걸 목표로 삼

고 열심히 배우고 땀 흘려 성장의 기회로 삼는 것이다. 부러움을 긍

정적으로 내면화하면 오히려 자존감이 높아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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