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그는 정말 누구의 편일까?
"친구를 용서하는 것보다 원수를 용서하는 것이 더 쉽다."
-윌리엄 불레이크-
그는 당신을 돕는가. 아니면 방해하는가?
당신을 돕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실은 당신의 노력을
망쳐놓는다고 생각될 때 다음 전략들을 따라해 보자.
기법 1.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 기법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순한 전제 하에서 작용한다.
'협조적인 사람은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기꺼이 한다.'
그러나 방해하는 사람은 협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를 원한다.
정말로 도움을 주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협조적인 체하는
것이 공공연하게 도움을 거절하는 것보다 더 우호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목표는 용의자가 협조적인 인상을 주는 사람인지 정말로 도움을
주려는 사람인지 식별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에게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생각할 만한 일을 맡겨 보라.
그는 자유롭게 행동하며 자신의 본심대로 움직일 것이다. 만약 그가
방해자라면 맡은 일을 팽개쳐 버릴 것이다.
한 형사가 용의자를 수감하고 있다고 하자.
조사관은 그에게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해 짧은 테스트를
실시할 것이라는 정보를 준다. 테스트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그는
최대한 차분한 자세로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테스트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용의자의 심리가 작용한다. 용의자는 테스트의
정확도가 자신의 협조 여부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그가
최대한 협조하면(차분한 자세를 유지하면) 그는 결백한 것이다.
그러나 용의자가 테스트를 망치려 한다면 협조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자.
사례 1
조사관이 용의자를 자리에 앉히고 말한다.
"자, 이봐, 빨리 끝내자고. 새로운 테스트를 하나 할 텐데 단 몇 분이면
끝날거야. 테스트가 제대로 되려면 차분한 자세로 앉아서 최대한
긴장을 풀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효과가 없거든. 깊게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몇 분 동안 가만히 있으면 결과를 얻을 수 있어.
안절부절못하거나 움직이면 전혀 쓸모가 없게 되지."
그러고 나서 조사관은 갑자기 연락을 받은 듯 자리를 떠나고 밖에서만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을 통해 용의자를 관찰한다. 테스트 결과를
망칠 수 있는 이 갑작스런 기회는 너무 큰 행운이기 때문에 범인이라면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용의자가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있으면 그는 테스트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길 바라는 것이며 이는 곧 그가 결백함을 암시한다.
그러나 그가 움직이거나 몸을 뒤척이면 유죄일 가능성이 높다.
범인은 정확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하는 반면 무죄인 사람은 테스트가
최대한 정확하기를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사례 2
캐시는 동네 어귀 공공장소에 자신이 만든 축제 장식물을 설치하기
위해 신청서에 주민들의 서명을 받으려 한다. 이웃들과 직접
얘기할 때에는모두 캐시의 생각에 협조적이고 긍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마을 공무원의 말에 의하면 몇몇 주민들이 불만을 호소한다고 한다.
캐시도 폴리 가족을 포함한 몇몇 이웃들의 본심을 의심하고 있다.
폴리 가족이 캐시의 생각에 협조적인지 아닌지 알아보려면 그녀는
그저 초인종을 누르고 이렇게 말하면 된다.
"이건 제가 서명을 받아야 하는 신청서에요. 제가 지금 급히 갈 곳이
있는데, 오후 4시 15분까지 저희 집으로 가져다주시면 제가 시간에
맞춰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어요."
그들이 알겠다고 말하면 캐시는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잊어버렸다"든지 "서류가 바람에 날아갔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면 이 가족은 확실히 캐시의 행동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합당한 이유를 들어 캐시의 부탁을 거절한다
해도 강력하게 지지하지는 않는 셈이다. 만약 신청서를 제시간에
갖다 준다면 이 가족은 캐시의 행동을 지지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기법 2. 자유로운 의견 교환
우리를 돕고자 하는 사람들은 항상 정확하게 교환할 수 있는 정보를
원한다. 당신이 아는 것을 상대방이 알고, 상대방이 아는 것을 당신이
알 때 그는 당신을 도울 최고의 위치에 설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당신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데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거나 몇몇 정보들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는 당신을 도우려는 것이 아니거나 심지어
방해하려는 것일 수 있다.
사례 1
한 동료가 고객 상담을 준비하는 당신을 돕겠다고 한다.
그 한 동요가 도와주는 이유를 확신할 수 없으면 그가 아는 사실과
다른 정보를 주어 그가 당신의 정보를 정정해주는지 시험해 보자.
가령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낸시, 그 고객은 진지하면서도 유머가 있는 광고를 찾고 있어.
그동안 우리와 작업한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으니까 전에 했던 식으로
만드는 게 좋겠어."
그러나 실제로 그 고객은 전에 한 광과에 별로 만족하지 않았고
낸시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그 사실을 당신에게 말하지
않는다면 낸시는 우호적인 상대가 아니다. 그녀는 당신을 방해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어떤 사람이 확실히 나를 도우려고 하는지 알고 싶을 때는
대화 중 잘못된 정보를 제시해 보자. 상대방이 그 정보의 정확한
사실 여부를 알고 있어야 하고, 잘못 알고 있을 경우 당신이 손해를
입을 수도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상대방이 당신의
잘못된 정보를 정정해주는지 아닌지 살펴보라.
기법 3. 열성파 가려내기
이 기법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이 어떻게 응하는지를 판단하여
그의 충성도를 측정한다. 먼저 알아둘 점은
'방해자는 겉으로는 항상 순순히 응하는 것처럼 보인다'는것이다.
여기서는 다소 빈틈없는 심리 작전이 필요하다. 먼저 상대방에게
쾌히 들어줄 수 있는 어떤 것을 요청한다. 그러고는 요청의 강도를
높여 본래 상대방에게 얻고자 했던 정보를 묻는다.
이 기법에는 두 단계가 필요하다.
사례 1
당신이 범죄 현장에 대한 목격자 진술을 부탁하는 경찰이라고
해보자. 당신은 현장을 정확히 목격했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접근한다. 만약 단순하게 "본 것이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상대방이 "아니요"라고 대답하고 가버려도 어쩔 수 없다.
그가 무언가를 보고도 협조를 하지 않는 것이니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보지 못했는지 알 길이 없으니까.
그러므로 처음에는 상대방이 위협을 느끼지 않을 질문으로
시작하여 협조하는 자세나 말하는 어조가 변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를테면 "이 동네는 살기 편한 곳입니까?" 또는
"어릴 때부터 이 동네에 살았나요?" 하고 묻는 것이다.
이런 질문들은 별로 위협적이지 않다. 위해를 주지 않는 잡담으로
상대방과 일단 대화를 튼 뒤 본 질문을 던진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셨습니까?" 이제 그가 "아니요"라
말하고 가버리려 한다면 현장을 목격했지만 연루되기를 원치 않는
비협조적 목격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아니요"라고 대답하더라도 계속 머물며 대화를
지속한다면 그는 진심으로 수사를 돕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물론 언제든지 자시니 목격자임을 인정한다면 그는 단신을 도울
의지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응용 사례를 보자.
사례 2
한 공장장은 종업원 세 명 중 한 명이 접근이 통제된 창고에
들어가 기밀 상자를 들여다보았다고 믿고 있다. 공장장은
세 명의 용의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도둑의 부분적 이미지가 카메라에 찍혔고(사실이 아니다. 사실이라면
용의자들을 조사할 필요가 없다) 유니폼 재킷에서 회사 로고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유니폼 재킷을
사무실로 갖다 주시겠습니까?"
이 세명은 모두 회사 로로가 손상되지 않은 재킷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범인은 증거를 대고 빠져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마저 느낄지 모른다. 자신의 유니폼에는 로고가 부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고가 떨어진 재킷은 애당초 없었다.
이제 이 기법은 반전을 꾀한다.
각 종업원이 재킷을 들고 오면 공장장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잘못 봤습니다. 카메라에 로고가 비쳤지만 화면이 너무
불분명해서 처음에는 로고를 보지 못했네요. 그래서 대신
재킷에 묻은 '창고의 먼지'의 흔적을 테스트해보고자 합니다.
재켓을 두고 나가든지 나가기 전에 재킷을 털어보기 바랍니다."
이제 공장장은 범인을 찾게 될 것이다. 결백한 사람은 빨리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킷을 두고 나가겠지만 범인은
재킷을 세탁하고 싶을 것이다.(군색한 변명을 대며 지금 재킷을
갖고 나가야 한다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처음부터 그들에게 재킷을 테스트하겠다고 말했다면
공장장은 누가 재킷을 세탁했는지, 또는 누가 물증에 손대지
않고 순순히 재킷을 터는지 분간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일단 재킷을 손에 넣은 후 용의자들에게 유죄 판단의 새로운
기준을 알려줌으로써, 공장장은 누가 협조적이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 쉽게 알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