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엄마 수업

아이에게 자긍심을 키워 줘라

혜월(慧月) 2022. 12. 27. 10:29

엄마 수업

 

제4장 자녀와 부모가 함께 행복해지는 마음 닦는 법

 

*아이에게 자긍심을 키워 줘라

 

  "남편이 다른 여자하고 바람을 피워 한동안 괴로워했습니다.

밉고 원망스러워서 '너 얼마나 잘되나 보자' 이런 마음으로 살다가

또 어느 날은 '그래, 내가 복이 없어 널 만났지. 누구를 탓하랴' 하고

마음으로 내려놓으려고 했지만 완전히 내려놓지도 못했습니다.그러

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도 아버지를 미워하게 되었고, 나이 들어서도

방황했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하고 불쌍한 마음이 들다가도, 문제를 일

으키면 남편 생각이 나서 아이조차 밉고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이렇게 상담을 청해 온 엄마가 있었습니다.

  바람난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살다가 사랑하는 자식에게까지 감정

이 전이된 경우예요. 내가 너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 넌 나쁜 인간이

다, 죽일 놈이다, 이렇게 남편을 미워하니까 화살이 자식에게까지 갔

습니다.

  이때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남편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라는

사실을 먼저 자각해야 합니다. 남편이 바람피운 게 잘 했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은 하나의 사건일 뿐이에요. 이

걸 부처님께서는 제1의 화살이라고 했어요. 하나의 사건이 생겼는데,

그 사건에 대응하는 나의 자세가 어리석은 거예요. 그 때문에 아이가

자꾸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겁니다. 아이가 지금 중심을 못 잡고 헤매는

원인이 된 거예요. 내가 제2의 화살을 맞고, 다시 아이가 제3의 화살

을 맞은 거예요.

  그럼 이런 반론을 제기하겠죠.

  "만약 남편이 바람을 안 피웠으면 내가 안 미워했을 거 아니에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는 엄마 품에서 자라

고 엄마를 모델로 해서 성장한다는 사실이에요. 아이가 지금 문제 행

동을 일으키고 있다면 그 근본 원인은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아이가 

어릴 때, 엄마가 아빠에 대해서 미워하는 마음을 내고,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엄마의 불편한 마음이 아이에게 전이된 거

예요.

  갈등이 깊어서 남편을 미워했기 때문에 아이에게 자긍심이 부족하

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씨앗이 심어졌다고 할 수 있어요. 부모 사이가

안 좋은 가정환경 속에서 지내다 아이가 사춘기나 대학 들어갈 나이

에 바람 핀 소식을 알게 되면서 마음속에 있던 미움의 싹과 부딪히면

서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깊어진 거예요.

  사회적인 잣대로는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남편에게 돌리는 것이 옳

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근본 원인을 치유하는 데는 아무

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하나입니다. 내 마음속에 있는 남

편에 대한 불신, 남편에 대한 미움이 먼저 없어져야 해요. 이것이 우선

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남편에게 참회 기도를 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며칠 기도하다 보면 불편한 감정이 올라올 것입니다.

  '잘못은 남편이 했는데 왜 내가 참회해야 하나? 지금 남편이 나에게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잘못했다고 빌어도 용서해 줄까 말까인데

내가 왜 이사람한테 참회를 해야 해?'

  이런 마음이 올라와서 보통은 며칠 기도를 하다가 집어치우게 되지

요. 그러면서 마음속에 의문이 생깁니다.

  '스님도 이상하다. 스님도 남자라고 남자 편드네.'

  이런 생각이 든단 말이에요. 그러나 상담할 때는 질문한 사람이 문

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지 누구 편을 드는 게 아닙

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남편에게 깊은 참회 기도를 해야 합니

다. 그렇게 해야만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가 있어요. 그 외

에는 엄마가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이미 성년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엄마가 기도한다고

크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에요. 아이가 어릴 때는 기도해서 내 마음을 

바꿔 버리면 아이도 금방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녀가 성년이라

면 부모의 영향이 자식에게 크게 미치지 못해요. 부모가 좋은 일을 해

도 자식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부모가 나쁜 일을 해도 마찬가지 

에요. 왜냐하면 자식은 이미 자기의 판단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

요. 그러나 아들이 아직 결혼하기 전이라면, 그래도 자식이 스스로 하

는 것 다음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역시 엄마예요.

  그러면 남편과 자식이 싸우면 어떨까요? 이런 상황이라면 싸우게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엄마가 아빠를 미워하는 마음의 씨앗이 아

이에게 심어졌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둘이 싸우는 것은 당연한 거예

요. 자식이 엄마 대신 아빠와 싸우는 거예요. 엄마가 남편한테 애 먹이

지 못한 것을 자식이 대신 애를 먹이는 거지요.

  그러니까 이 문제는 지금 해결이 안 돼요. 내가 남편에게 깊은 참회

를 하면 아이의 마음이 조금씩 바뀌어서 아빠에 대한 미움이 사라집

니다.

  남편이란 사람은 본래 훌륭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니에요. 그냥

그 사람일 뿐이에요. 그런데 내가 훌륭하게 보면 훌륭한 사람이 되고,

내가 나쁘게 보면 나쁜 사람이 되는 거예요. 남편을 나쁘게 보면 아내

인 나도 별 볼일 없는 여자가 되고, 아들도 별 볼일 없어집니다.

  그래서 형편없는 사람의 자식이 되어 버린 아들의 종자 개량부터 해

야 해요. 그 방법은 바로 '여보, 당신은 훌륭한 사람입니다. 제가 어리

석어서 당신을 잘못 봤습니다.' 이렇게 참회 기도를 하는 거예요. 이

것이 자식을 위하는 최고의 길입니다.

 

                                                    엄마 수업 ---- 법륜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