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엄마 수업

부모 자신의 상처부터 치유해라

혜월(慧月) 2022. 12. 28. 10:21

엄마 수업

 

제4장 자녀와 부모가 함께 행복해지는 마음 닦는 법

 

*부모 자신의 상처부터 치유해라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쁜 파장이 일어납니다. 스트레스

가운데 핵심은 미움이에요. 슬픔도 마음을 가라앉게 합니다. 그 다

음으로 초조와 불안, 괴로움도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원인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고, 함께 사는 사람들에

게 영향을 줍니다. 부모가 화를 많이 내면 자식이 그것을 물려받고, 자

식은 그것을 손자에게 물려줍니다. 심리적 대물림이 일어나는 거예요.

  이것을 끊어 주지 않으면 어릴 때 받은 마음의 상처로 평생을 고통

받게 됩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그것을 평생 마음의 짐으로 지고 가는 

사람이 많아요. 쉰 살이 넘었는데도 어릴 때 어머니가 사랑을 주지 않

고 상처를 준 데 대한 미움과 원망을 이야기합니다.

  "어머니는 제가 서너 살 때부터 아버지에 대한 분풀이를 제게 하셨

습니다. 커서는 그 마음을 받아 주지 않는다며 불효자식이라고 낙인

을 찍었습니다. 그동안 많이 노력해서 삭이긴 했지만 평생 자식을 분

풀이 도구로만 생각하고, 사랑이라곤 준 적이 없는 어머니에 대한 분

노가 아직도 제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분의 어머니는 속아서 결혼을 한 경우였

어요. 초혼인 줄 알고 시집을 와 보니 남편에게 딸이 하나 있었던 겁니다.

그러다 보니 남편에 대한 증오가 생겼고, 그것을 아들에게 푼 거예요.

  어린 자식 입장에서는,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저주를 퍼부

으니 마음이 불안할 수밖에 없지요. 흔히 엄마가 자식을 붙들고 남편

에 대한 불평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자식들이 아버지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아버지에게 형식적으로만 인

사하고 문 탁 닫고 제 방에 들어가 버립니다. 신체적인 접촉은 물론이

고 얼굴조차 마주하질 않아요.

  어릴 때부터 "네 아버지 문제 있다" , "나쁜 인간이다" 하는 말을 들

으며 자란 자식들은 부부가 싸우면 다 엄마 편이 되어 아버지를 미워

합니다.

  그런데 부모의 사랑은 자식이 다 모른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부모

가 얼마나 자기를 보이지 않게 사랑했는지 자식은 모를 수도 있어요.

또 부모에 대해 내가 바라는 사랑이 너무 높으면 부모가 해준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바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해줘도 살아 계신 것

만으로도 고맙게 느낍니다.

  따라서 이것은 부모 문제라기보다는 사실 내 문제예요.

  그러면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는 어떻게 해야 치유할 수 있을까요?

부모가 나한테 와서 "아이고, 그래 너한테 잘못했다. 미안하다." 이렇

용서를 구해야 치유가 될까요?  부모는 기억도 못하고, 오히려   "내

가 뭐 잘못했다고, 너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렇게 생각합

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과거의 상처를 이해하고 털어 버

려야 합니다. 어릴 때는 '부모가 돼서 어떻게 저러나' 하고 생각했지

만, 우리가 부모가 돼 보니 부모는 싸우면 안 될 것 같았는데도 어른이

돼서 살아 보니 싸울 일이 있잖아요. 헤어질 일도 있어요.

  그것은 자식을 괴롭히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 부모도 어리석고 자기

통제를 못하기 때문에 살기 힘들어서 벌어진 거예요.

  지금 우리가 어른이 되고 보니 우리 역시 완전히 성숙한 것도 아니

고, 남편(아내)과 싸울 때도 있고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일어나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우리 엄마가 신 같았는데, 지금 어른이 돼서 보니 엄마도

그때는 서른두세 살 먹은 여자였을 뿐이구나. 그때 뭘 알았겠는가. 사는

게 힘드니까 화도 나고, 애는 둘, 셋이나 되니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겠

지. 그래도 우리 엄마는 나보다 더 열심히, 더 부지런히 사셨구나.'

  이렇게 엄마를 이해하는 마음을 내보는 거예요.

  부모를 원망하면 결국 부모가 나쁜 사람이 되고, 부모가 나쁜 사람

이면 나쁜 사람의 자식이라, 종자 자체가 좋을 수 없기 때문에 자기 비

하가 되고 자긍심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반드시 부모에 대해서든 어떤 경우라도, 설사 낳아서 고아원

에 갖다 버렸다 하더라도 '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키워 주셔서 감사

합니다.'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무의

식 속에서 자기 긍정성이 생깁니다.

  '제가 당신의 마음을 몰랐습니다. 제 생각에 빠져서 당신을 미워했

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이렇게 참회하면 내 상처가 치유됩니다. 자기 상처를 치유해서 자기

스스로 건강해져야 해요. 내가 건강해져야 남편도 사랑할 수 있고 자

식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상처 받은 마음으로는 누군가를 사랑하기

가 힘듭니다. 스스로 짊어진 무거운 짐 때문에 늘 힘겨워서, 남편이 이

렇게 안 해준다, 애가 저렇게 안 해준다, 늘 불평만 하며 살게 돼요.

  이해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을 내서 자꾸 기도를 하면 마음속에

있던 상처들이 치유됩니다. 그것이 말끔하게 지워지면 내가 훨씬 부

드러운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자식에게도 따뜻하고 너그러운 어머니

가 됩니다.

  부모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상처의 독기를 아이에게 뿜으

면 아이는 잘 성장할 수가 없어요. 아이 하나 잘못 키우면 세상에 엄청

난 해악을 끼칩니다.  어디 딴 데 가서 좋은 일 할 생각하지 말고 엄마

가 자식 하나만 잘 키워도 사회와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

아야 합니다.

 

                                                   엄마 수업 --- 법륜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