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인생 만년에 정신을 더욱 수양해야 한다*
날이 이미 저물었지만 오히려 안개와 노을이 찬란히 아름답고, 해가
장차 저물어감에 등귤이 더욱 향기롭다. 그러므로 군자는 마땅히 인
생 만년에 정신을 백배 더 수양해야 한다.
전편 197장
日旣暮而猶烟霞絢爛,歲將晩而更橙橘芳馨.
일기모이유연하현란, 세장만이경등귤방형.
故末路晩年, 君子更宜精神百培.
고말로만년 군자갱의정신백배.
어쩌면 우리의 모든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두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열심히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보이
는 잔잔한 안개와 노을은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하루하루 지나 한 해의 끝
이 다가오면 추운 겨울에 향기로운 귤을 보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다 보면 어느덧 인생의 만년이 다가옵니다. 아름다운 안개
와 노을, 향기로운 등귤처럼 흘러간 시간을 나타내주는 자연과 더불어 인간의 노
년 생활 역시 더욱 성숙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원문의 연하( 烟霞)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나타내는 말로 문학작품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입니다. 진나라의 손작(孫綽)이 적성산(赤城山)에서 은거하면서
지은 '유천태산부(遊天台山賦)를 보면 "적상산에 연하가 일어나니 절로 표지를
세우는구나(赤城霞起建標)" 라고 하여 붉은 노을이 감싸는 저녁 무렵의 산의 모
습을 형용하였습니다.
또한 세속에서 벗어나 신선의 기운을 뜻하기도 합니다. 소식(蘇軾)의 증시승도
통에는 "말이 연하를 띤 것은 예로부터 드물도다(語帶煙霞從古少)" 라는 구절이
있는데 시구가 아름답고 뛰어남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채근담 (홍자성 원문 윤선영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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