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윤선영 글, 홍자성 원문)-심심수양

부지런함으로 가난함을 구제하고 검소함으로 인색을 꾸며서는 안 된다

혜월(慧月) 2025. 5. 14. 10:00

 

*부지런함으로 가난함을 구제하고 검소함으로 인색을 꾸며서는 안 된다*

 

 

부지런함이란 것은 덕과 의리에 민첩해야 하는데, 세상 사람들은 부지런함으로

자신의 가난함을 구제한다. 검소함이란 것은 재물과 이익에 담담해야 하는데,

세상 사람들은 검소함으로 자신의 인색함을 꾸민다. 군자가 자신의 몸을 지키

는 방법이 도리어 소인들의 사욕을 도모하는 도구가 되었으니 안타깝구나.

 

전편 164

勤者, 敏於德義, 而世人借勤而濟其貧. 儉者, 淡於貨利, 而世人假儉以飾其吝.

근자, 민어덕의,   이세인차근이제기빈.   검자,  담어화리,  이세인가검이식기린.

 

君子持身之符, 反爲小人營私之具矣, 惜哉.

군자지신지부,   반위소인영사지구의,   석재.

 

 

   유가 사상에서 말하는 부지런함이란 것은 덕과 의리에 힘쓰는 것을 말하는데,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억척스럽게 일하고 돈을 버는 삶을 부지런하다고 말합

니다. 선현들이 강조하신 검소함은 재물과 이익에 크게 휘둘이지 않는 것을 의

미하는데, 현재의 우리는 한 푼의 돈이라도 아껴서 저금하는 사람을 검소하다고

합니다.

   이 구절은 다른 사람에게 베풀 줄 모르고 자기 자신만 아는 현 세태를 비판하며 

부지런함과 검소함의 본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열심

히 살면서 자신의 가난을 구제하고, 조금이라도 아끼려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인색

해진 사람을 반드시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부지런함과 검소함에도 여러 가지의 범주가 있으며 그저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

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비판의 화살을 돌릴 수 없습니다. 여기서 의미하는 사욕을 도

모하는 도구라는 표현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가는 부류를 말합니다.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아 자신이 차지했으면서 열심히 사는 삶이라고 치부라고,

남에게 얻어먹기만 하고 베풀 줄 모르면서 검소하다고 뿌듯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

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더 잘살기도 하지요. 그동안 내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오지

는 않았는지, 옆도 뒤도 한 번 돌아보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채근담 ( 홍자성 원문 윤선영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