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 - 피안에 이르는 길 1
베다에 밝은 한 바라문 '바아바린'은 아무것도 갖지 않은(無所有)
경지에 이르고자 코오살라족의 아름다운 도시인 사위국에서
남국으로 내려와왔다. 그는 앗사카와 아리카 두 나라의 중간 지역을흐르고 있는
'코오다아바리이'강변에서 이삭을 줍고 나무 열매를 먹으며 살고 있었다.
그 강변 가까이에 커다란 마을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 얻은 수익으로
그는 큰 제사를 지냈다. 그가 제사를 마치고 자기의 암자로 돌아왔을 때
어떤 바라문 한 사람이 찾아왔다.
발은 부르트고 목은 말라 헐떡일 뿐 아니라, 이(齒)는 더럽고
머리에는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바아바린에게 가까이 와 오백금을 구걸했다.
바아바린은 그를 보자 자리를 권하며 그의 안부를 물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은 이미 다 주었지요. 바라문이여, 미안하지만
내게는 오백금이 없습니다"
"내가 구걸하는데도 그대가 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칠일 후
그대의 머리가 깨어져 일곱 조각이 될 것이오."
거짓말을 한 그 바라문은 주문을 외며 무서운 저주를 하였다.
그말을 들은 바아바린은 고뇌에 빠졌다. 그는 걱정의 화살을 맞고 나서
음식도 먹지 않고 수심에 잠겨 마음의 안정을 즐길 수 없게 되었다.
바아바린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고뇌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암자를 지키는 여신이 그의 곁에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머리를 알지 못한다. 그는 재물을 구하는 사기꾼이다.
그는 머리도, 또 머리가 떨어지는 일도 모르고 있다."
"그럼 당신께선 알고 계시군요. 묻고저 하오니, 머리와 또 머리가 떨어지는
일이 무엇인지 제에게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나는 그것은 모른다. 그것에 대한 지식이 나에겐 없다.
그렇지만 머리와 또 머리가 떨어지는 일은 여러 부처님께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머리와 또 머리가 떨어지는 일으 누가 알고 있습니까?
여신이여, 그것을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카필라성에서 온 세상의 지도자가 있다. 그는 감자왕의 후예이며,
석가족의 아들로서 세상을 비추고 있다.
바라문이여, 그는 실로 눈뜬 자로 모든 사물에 통달하여 일체의 신통력을 갖고,
모든 것에 대한 눈을 가졌다. 모든 것을 소멸하여 번뇌를 없애 해탈하고 계시다.
그는 눈뜬 자며 존귀하신 스승이요, 바른 눈을 가지신 자로서,
이 세상에서 법을 설한다. 그대가 그곳에 가 물으면 그에 대한 답을 얻으리라."
눈뜬 자라는 말만 듣고도 바아바린은 환희에 휩싸였다.
그느 근심이 얕아졌다. 그는 커다란 기쁨을 얻었다.
바아바린은 기쁨과 환희와 감동에 차서 여신에게 물었다.
"세상의 주인이신 스승께서는 어느 마을, 어느 거리, 어느 부락에 계십니까?
거기 가서 저는 최상의 정각자(正覺者)에게 경배하겠습니다."
"승자, 지혜가 풍부한 자, 총명한 자, 무거운 짐을 내린 자, 때묻지 않은 자,
머리가 떨어지는 것을 알고 계시는 자, 우왕(牛王)과 같은 자인
석가족의 아들, 그는 코살라의 도시 사위성에 계시다."
이리하여 그는 여러 제자 바라문들에게 말했다.
"오라, 제자들이여, 그대들에게 알리노니 내 말을 들으라.
세상에 나타나기 힘든 저 희귀한 눈뜬 자, 이름높은 자가 지금 세상에
나타나셨다. 그대들은 어서 사위성에 가서 그 최상의 분을 찾아뵙도록 하라."
"그러면 바아바린이시여, 그를 뵙고 우리가 어떻게 그가 눈뜬 자임을
알 수 있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여러 베다(神呪) 속에 32가지의 완전한 위인의 상이 전해져오고,
이에 대하여 차례로 설명되어 있다. 몸에 이러한 32상이 있는 자에게는
두 가지 앞길이 있을 뿐, 제 삼의 길은 없다.
만일 그가 집에 머물게 되면, 이 대지를 정복할 것이다.
형벌이나 무기로 다스리지 않고 법으로 통치한다.
만일 그가 집을 버리고 나오면, 덮여진 모든 것이 열려 최상의 눈뜬 자로서
존경을 받게 된다.
내가 태어난 해(年)와 내 성(姓)과 특수한 상, 그리고 베다와 제자들과,
머리와 머리가 떨어지는 것이 무엇인가를 그에게 진심으로 물으라.
만일 그가 보는데 아무 장애도 없는 부처님이라면 진심으로
묻는 질문에 대답할 것이다."
바아바린의 제자인 16명의 바라문은 저마다 각각 여러 신도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온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정신을 안정시킨 자들로서,
마음의 평안을 즐기고 현명하며, 선을 쌓은 자들이다.
그들은 머리를 길러 묶고 염소가죽을 몸에 걸친 다음,
모두 바아바린의 오른쪽으로 돌아 예배하고 북쪽으로 떠나 마가다
왕사성(王舍城)의 한 석묘(石廟)에 이르렀다.
목마른 자가 냉수를 구하듯, 또한 상인이 큰 이익을 원하듯,
무더위에 지친 자가 나무 그늘을 구하듯이,
그들은 급히 존귀하신 스승 부처님이 계신 산으로 올라갔다.
부처님께서는 그때 여러 승려들의 존경을 받으며,
사자가 숲속에서 포효하듯 수행승에게 설법하고 계셨다.
빛을 비추는 태양 같은, 둥그런 보름달 같은 눈뜬 자를 아지타는 보았다.
그때 아지타는 부처님의 몸에 원만한 형상이 있는 것을 보고
기꺼이 한쪽에 서서 진심으로 여쭈었다.
"저희들의 스승이 태어난 때(年), 성(姓), 형상 그리고 얼마나 베다에
통달해 있는가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또 스승은 제자를
몇 사람이나 가르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의 나이는 백이십 세이고 성은 바아바린이며, 몸에 세 가지 특상(特相)이
있고, 세 가지 베다의 깊은 뜻에 통달해 있다.
위인의 특상과 전설, 의례의 규정에 통달하고 오백 명의 제자를 가르치며,
자신의 진리의 극치에 도달해 있다."
"애착을 끊어버린 으뜸가는 분이시여, 바아바린이 가진 모든 특상을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저로 하여금 의심을 갖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그는 혀를 가지고 자기 얼굴을 덮는다.
그의 양 미간에는 흰 털이 있고, 음부는 감추어져 있다.
학생이여 그의 세 가지 특상은 이러하니라."
질문자가 아무것도 묻지 않는데 부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시는 것을 보고,
모든 사람들은 감격하여 합장하고 생각했다.
'그는 누구일까 신일까, 범천일까, 혹은 수자아의 남편인 제석천일까'
마음속으로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도대체 누구에게 대답하신 것일까.'
"부처님이시여, 머리와 머리가 떨어지는 것에 대하여 설명해 주십시오.
선인이시여, 저희들의 의혹을 풀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무명(無名)이 머리임을 알라.
신앙과 생각과 선정(禪定), 욕심과 노력에 결부되어 있는 밝은 지혜(明智)가
머리를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아지타가 말했다.
"존귀하신 분이시여, 바라문 바아바린의 여러 제자들과 더불어
기쁜 마음으로 존귀하신 스승(부처님)의 발 아래 경배합니다."
"바아바린 바라문은 여러 제자들과 더불어 안락을 누리라.
그리고 아지타여, 그대도 또한 안락을 누리리라. 그리고 오래 살라.
바아바린이나 그대에게서 모든 의문이 사라졌으리라.
마음 속에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물으라."
부처님께서 질문을 허락하셨으므로 아지타는 합장하고 앉아서
부처님께 질문을 드렸다.
"세상은 무엇으로 덮여 있습니까? 세상은 무엇 때문에 빛나지 않습니까?
세상을 더럽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세상의 커다란 공포는 무엇입니까?
그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아지타여, 세상은 무명으로 덮여있다.
세상은 탐욕과 태만으로 하여 빛나지 않는다.
욕심이 세상을 더럽힌다.
고뇌가 세상의 큰 두려움이라고 나는 말한다."
아지타가 말했다.
"번뇌의 흐름은 어느 곳에나 스며듭니다.
그 흐름을 그치게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 흐름을 방지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흐름은 무엇으로 막을 수 있습니까? "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아지타여, 세상에서 모든 번뇌의 흐름을 그치게 하는 것은
정신을 올바로 갖는 데 있다. 그것이 번뇌의 흐름을 방지한다.
내가 말하노니, 그 흐름은 지혜로 막을 수 있다."
아지타가 말했다.
"지혜와 정신을 올바르게 가지는 것은 어떤 경우에 소멸되며,
명칭과 형태는 어떤 경우에 소멸됩니까? 그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 아지타여, 그대가 질문한 것에 답하리라.
식별작용을 없앰으로써 명칭과 형태가 소멸된다. "
"이 세상에는 진리를 탐구하여 밝힌 자들도 있고 또 일을 배우는
자들도 있으며, 그 밖에 범속한 자들도 있습니다.
현자여, 그들의 행동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
아지타의 질문을 받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행승은 갖가지 욕망에 탐닉해서는 안된다.
또 마음이 흐려져서도 안된다.
모든 사물의 진상에 통달하여 정신을 차리고 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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