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윤선영 글, 홍자성 원문)-심심수양 82

군자는 너무 숙련되기 보다는 차라리 노둔한 편이 낫다

*군자는 너무 숙련되기 보다는 차라리 노둔한 편이 낫다* 세상을 경험한 것이 얼마 되지 않으면 때 묻은 것 또한 별로 없으며 일을 겪어온 것이 오래되면 기교와 술수 또한 늘어난다. 그러므로 군자는너무 통달하고 숙련되기 보다는 차라리 질박하고 노둔한 편이 낫고,너무 세밀하게 조심하는 것보다는 소탈하고 거친 편이 낫다. 전편 2장涉世浅, 點染亦浅, 歷事深, 機械亦深.섭세천  점염역천, 역사심, 기계역심. 故君子與其達練, 不若朴魯. 與其曲謹, 不若踈狂.고군자여기달연, 불약박노. 여기곡근, 불약소광.  누군가를 형용할 때 흰 도화지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할 때가 있습니다.아무것도 없어 깨끗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무슨 그림이든 그릴 수 있는 흰색 도화지. 어떠한 것으로 채워질지 궁금해지는 이 도화지는 흔히때묻지 않..

일체의 잡념없이 마음을 맑게 하면 참된 경지와 움직임이 뒤따른다

* 일체의 잡념 없이 마음을 맑게 하면                  참된 경지와 움직임이 뒤따른다 * 사람의 마음은 대부분 동요하는 데에서 그 진심을 잃게 된다. 만일일체의 잡념 없이 마음을 맑게 하여 고요히 앉아서, 구름이 피어오르면 유유히 함께 가고, 비가 쏟아지면 서늘히 함께 맑아지고, 새가지저귀면 기쁘게 아는 것이 있고, 꽃이 지면 초연하게 깨닫게 된다면 어느 곳인들 참된 경지가 아니겠으며, 어떠한 것인들 참된 움직임이 아니겠는가? 후편 118장人心多從動處失眞, 若一念不生澄然靜坐, 雲興而悠然共逝,인심다종동처실진, 약일염불생징연정좌, 운흥이유연공서, 雨滴而冷然俱淸, 鳥啼而欣然有會, 花落而瀟然自得.우적이냉연구청, 조제이흔연유회, 화락이소연자득. 何地非眞境? 何物非眞機?하지비진경? 하물비진기?  모든..

천성이 온전하고 욕심이 담백하면 인생의 가장 높은 경지이다

*천성이 온전하고 욕심이 담백하면                  인생의 가장 높은 경지이다 * 밭 가는 농부나 산간의 늙은이들은 닭고기와 막걸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아주 기뻐하지만 고급 요리를 몰어보면 잘 알지 못하고, 무명 옷과짧은 베옷에 대해 이야기하면 유유히 즐거워하지만 예복에 대해 물어보면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의 천성이 온전하기 때문에 그 욕심 또한 담박하니, 이는 인생에 있어 가장 높은 경지라 할 수 있다. 후편 101장田夫野叟, 語以黃鷄白酒, 則欣然喜, 問以鼎食, 則不知, 語以縕袍短褐,전부야수, 어이황계백주, 즉흔연희, 문이정식, 즉부지, 어이온포단갈, 則油然樂, 問以袞服, 則不識. 其天全, 故其欲談, 此是人生第一個境界.즉유연락, 문이곤복, 즉부식, 기천전, 고기욕담, 차시인생제일개경계.  사..

사실을 버리고 이치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사실을 버리고 이치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사물의 이치가 고요하면 사실 또한 고요하게 되니 사실을 버리고 이치에만 집착하는 자는 그림자를 버리고 형체만 남게 하려는 것과 같다.마음이 비어 있으면 이를 둘러싼 환경도 비어 있게 되니 환경을 버리고 마음만 보존하려는 자는 비린내 나는 것을 모아두고 파리를 내쫓으려는 것과 같다. 후편 95장理寂則事寂, 遺事執理者, 似去影留形.이적즉사적, 유사집리자, 사거영유형. 心空則境空, 去境存心者, 如聚羶却蚋.심공즉경공, 거경존심자, 여취전각예.  옛날에는 선생님을 존경한다는 의미로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고 했습니다. 선생님의 모습을 비추는 그림자 또한 선생님과 동일하게 여겨 함부로 밟지 않을만큼 스승을 존경했던 문화를 보여줍니다. 빛을 비추는 곳에 서 ..

천성은 항상 메마르지 않고 정신은 이에 촉발되어 일어난다

* 천성은 항상 메마르지 않고 정신은 이에 촉발되어 일어난다 * 모든 소리가 고요해졌을 때 문득 한 마리 새소리를 들으면 곧 여러 가지 그윽한 흥취가 일어나게 된다. 모든 초목이 시들어져 버린 뒤에 문득 한 가지 솟아난 꽃잎을 보면 곧 무한한 생기가 일어나 움직이게 된다. 천성은 항상 메마르지 않고 정신은 이에 촉발되어 일어남을 볼 수있다. 후편 90장萬籟寂廖中, 忽聞一鳥弄聲, 便喚起許多幽趣.만회적료중, 홀문일조농성, 변환기허다유취. 萬卉摧剝後, 忽見一枝擢秀, 便觸動無限生機.만훼최박후, 홀견일지탁수, 변촉동무한생기. 可見性天未常枯槁機神最宜觸發.가견성천미상고고기신최의촉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고요한 새벽, 지저귀는 새 소리가 여기저기들리며 적막함이 사라집니다. 아직 잠이 덜 깼지만, 흥겨운 새 소리..

마음이 혼미하면 게송을 읊더라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 마음이 혼미하면 게송을 읊더라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 천성이 아주 투명하면 겨우 밥이나 먹고 물이나 마신다 하더라도 몸 과 마음이 건강하고 편안하다. 마음이 매우 혼미하면 비록 선(禪)을담론하고 게송(偈頌)을 읊는다 하더라도 결국 정신과 영혼을 희롱하는 것에 불과하다. 후편 83장性天澄徹, 卽饑喰渴飮, 無非康濟身心.성천징철, 즉기식갈음, 무비강제신심. 心地沈迷, 縱談禪演偈, 總是播弄精魂.심지침미, 종담선연게, 총시파롱정혼.  산해진미로가득한 화려한 밥상이 눈앞에 펼쳐지더라도, 내가 편하지않은 상대와 함께 먹게 되면 그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없게 됩니다.반면 보잘 것 없는 밥상이라도 내가 좋아하고 편하게 느낄 수 있는사람과 함께 먹는다면 그것보다 더 만족스러운 식사가 있을까요? 공자께서는 "거친 밥과..

세상살이는 변화무쌍하여 다양한 면이 있다

*세상살이는 변화무쌍하여 다양한 면이 있다* 세상살이의 여러 맛을 다 느껴본 사람은 손바닥을 엎어 비가 오게 하고 다시 뒤집어 구름이 되게 하는 세태에 눈을 떠 쳐다보는 것조차 귀찮아 한다. 사람의 마음을 속속들이 다 아는 사람은 소라고 부르건 말이라 부르건 상관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일 따름이다. 후편 80장飽諳世味, 一任覆雨翻雲, 總慵開眼.포암세미, 일임복우번운, 총용개안. 會盡人情, 隨敎呼牛喚馬, 只是點頭.회진인정, 수교호우환마, 지시점두.  세상살이의 여러 면에 대해 재밌는 비유들로 표현한 구절입니다. 원문의 '손바닥을 엎어 비가 오게 하고 다시 뒤집어 구름이 되게 한다'는 말은 변화무상한 인정의 세태를 표현한 것으로,  당나라의 시인 두보의 빈교행(貧交行) 시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시의 원문에서는..

사물의 형상에 집착하는 것도 이를 깨뜨리는 것도 모두 참된 것이 아니다

*사물의 형상에 집착하는 것도 이를 깨뜨리는 것도 모두 참된 것이 아니다* 참된 공(眞空)은 공(空)이 아니니 사물의 형상에 집착하는 것도 참된것이 아니며, 이를 깨뜨리는 것도 참된 것이 아니다. 부처님께 이를 물어본다면 무엇이라고 답하실까? 아마 "속세에 있던 세속을 초탈하던, 욕망을 좇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이요, 욕망을 끊는 것도 또한 고통스러운 일이니, 우리가 스스로 몸가짐을 잘하는 데에 달려있는 것이다."라고 하실 것이다. 후편 78장眞空, 不空, 執相非眞, 破相亦非眞. 問世尊, 如何發付?진공, 불공, 집상비진, 파상역비진. 문세존, 여하발부? "在世, 出世, 徇欲是苦, 絶欲亦是苦, 聽吾儕善自修持.""재세, 출세, 순욕시고, 절욕역시고, 청오제선자수지." 조금 어렵게 다가오는 구절입니다. 우선 공..

사욕을 이겨 예로 돌아가야야 번뇌하는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다

*사욕을 이겨 예로 돌아가야 번뇌하는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 가슴 속에 아주 작은 물욕도 없다면 마치 눈이 화롯불에 녹고 얼음이햇볕에 녹듯 번뇌가 사라지게 된다.눈 앞에 절로 한 줄기의 밝은 광명이 있으면, 달이 푸른 하늘에 있고 그림자가 물결 위에 떠 있음을 볼수 있게 된다. 후편 74장胸中, 旣無半點物欲,已如雪消爈焰氷消日.흉중, 기무반점물욕, 이여설소로염빙소일. 眼前, 自有一段空明, 始見月在靑天影在波.안전, 자유일단공명, 시견월재청천영재파. 채근담을 읽다 보면 대부분의 문장이 대구(對句)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슴속과 눈앞을 대구로 나타낸 구절이 많이 있습니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가슴속과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눈앞을 대비하여 나타낸 것입니다. 가슴 속에 한 점의 물욕도 없다면 번뇌하는..

몸은 한 곳에 매이지 않는 배와 같다

* 몸은 한 곳에 매이지 않는 배와 같다 * 몸은 한 곳에 매이지 않는 배와 같으니 물이 흘러가고 멈추는 것에내맡길 따름이다. 마음은 이미 재가 되어버린 나무와 같으니 칼로쪼개거나 향을 칠한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후편 49장身如不繫之舟, 一任流行坎止. 心似旣灰之木, 何妨刀割香塗.신여불계지주, 일임유행감지. 심사기회지목, 하방도할향도.  '몸 가는 데 마음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몸과 마음은 하나의 뿌리로연결되어 있어 몸이 힘들면 마음도 불안하게 되고, 마음이 편치 못하면 몸 또한 아프게 되는 이치를 설명한 말입니다. 실제로 마음 고생이 심하면 살이 빠지거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을 주변에서 종종보아왔습니다. 위 문장에서는 몸은 물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 배에, 마음은 이미재가 되어버린 나무에 ..